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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유럽

봄여행/15일간의 유럽, 도보로 만나는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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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너무나 아쉬운 바티칸 투어가 끝났다.

바티칸 투어를 진행해주신 안민경 가이드님이

투어 종료 후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실예정이라고 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합석을 해도 괜찮다고 하신다.

바티칸 주변이 음식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오랜만에 유럽에 와서 첫 식사를 하는데

괜히 엄한곳을 갔다가 실망하느니

가이드님이 계신곳으로 가서 안전하게 식사를 하고

로마와 이탈리아에 대한 정보를 더 듣는편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가이드를 정말 잘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기도했다.


바티칸, 라파엘로 그리고 미켈란젤로에 대한 설명도 좋았지만

가이드님이 그것들을 대하는 열정

그리고 투어를 참가한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와

알게모르게 나오는 당신의 인생관들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감사했다.


앞서 다 말을 하지 못했지만

바티칸 최고 미녀 가이드라는 수식어를 가진걸로 유명한데

그냥 '바티칸 최고 가이드' 라고 불러드리고 싶다.

이태리 스케치북 바티칸 투어는 정말 추천한다.



바티칸을 뒤로 하고 로마로 향한다.

바티칸도 엄연히 국가인데,

바닥에 국경선이라도 표시해두면 뭔가 더 상징성이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이탈리아에 그중에서도 로마에는 특히 카톨릭과 관련된

건축물이나 조각 작품등이 많이 있다.

그러다보니 IS로 부터 테러에 안전한다고 한다.

IS가 잘못 건드려서 교황청에서 관리하는

카톨릭의 재산(?)을 건드리면

자칫 잘못해서 종교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IS와 관련된 유럽테러 뉴스가 나와도

이탈리아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없다고 한다.

 


바티칸을 다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아직 이렇게 근위대가 보인다.

어떤 외국인 아줌마가 자기 아이와 사진을 찍어주면 안되겠냐고

정말 사정사정을 하는데

엄청 단호하게 거부하셨다.

근무중에는 역시 딴짓을 하면 안되겠지.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의 조합.

어찌보면 내 욕심일 수도 있었다.

엄마도 불편하실 수 있을테고

며느리 입장에서도 15일간 시어머니랑 한방에서 방을 쓴다는게.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저렇게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직 첫날이라 그런걸까...

보기는 좋지만 걱정이 가시지는 않.았.다.





가이드님이 안내해주신 식당.

우리가 처음 만났던 Piazza del Risorgimento 옆에 있어 찾기 쉬었다.

이름은 L'insalata ricca.

나중에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바티칸 맛집이라고 많은 리뷰가 있다.

제목은 맛집이지만 내용은 투어가이드 추천이 대부분ㅋㅋㅋ

우리랑 비슷하게 찾아온 것 같다.

가격은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지 않다.

우리는 파스타, 피자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가이드님은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바티칸에 관한 못다한 설명들과

남은 일정 어떤 동선으로 다니면 좋을지 팁을 주신다.

그리고 언제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메세지를 해도 된다고 하셨다.

실제로 우리는 그 '애프터 서비스'를 이용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병 콜라가 귀엽다.

양이 적은것은 슬프다.





가이드님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만한 메뉴를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어떤 이름을 가진 음식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가이드님 투어는 정말 100점 만점인데

골라주신 메뉴는 100점을 드릴 수가 없었다ㅠㅠㅠ

어쩌면 이 곳 음식이 우리와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커피와 음료까지 46유로가 나왔다.


바로 옆에 로마 3대 젤라또인 올드브릿지가 있었는데

야외테이블에 앉아있는데 바람이 좀 쌀쌀해서

모두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솔직히 밥을 먹으면서 머릿속에 근심이 많았다.

바티칸 투어가 2시쯤 끝나면

근처에서 밥을 먹고 쿠폴라를 올라갈 생각이었다.

쿠폴라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가면 6시쯤.

야경투어가 모이는 곳이 호텔에서 3분거리니까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재충전을하고

야경투어를 할 계획이었는데-


쿠폴라를 올라가지 않고 기념품 가게에서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5시가 조금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로마 대중교통 파업으로 인해서

야경투어가 취소가 되어버렸고...

정말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버렸다.

로마에서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과 내일 이틀뿐인데

이태리 스케치북 일정상 내일 야경투어는 진행하지 않는단다.

이런 모든것들이 복합적으로 머릿속에 떠다니다 보니

음식도 맛이 없었던 것 같고 스케쥴이 꼬여버려서 답답하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기도 애매하니

일단 산탄젤로 성까지 걷기로 하고 식당을 나선다.



골목골목 예쁘고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많다.


자동차 창문을 깨고 차를 훔쳐가기도 해서

차 핸들을 돌릴 수 없게 잠금장치를 해둔다.

저런것들이 종종 보이니까

엄마와 사향은 소매치기를 만날까 더욱 무서워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곳곳에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작품들이 놓여져 있다.




산탄젤로성까지 걸은 이유는

예전에도 이렇게 걸었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여운을 안고 슬슬 걸어서 산탄젤로 성을 보고

테베레 강 근처에서 강바람을 맞았던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멀지 않았던 기억이고.


구글지도에도 고작 도보 15분이라고 나오는 1km 남짓의 거리인데

엄마도 사향도 금새 지쳐버렸다.

그 1Km가 로마 첫 날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선택이었다.

내가 그 둘을 너무 과대평가 했던 것 같다.

쿠폴라를 올라갔다면 15일의 여행 자체를 망쳤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을때면 그래도 밝은 모습이 나와서

머릿속으로 아직은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천사의 다리를 건너서 호텔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오늘 힘들더라도 이곳에서 가까운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 정도를 보면

내일 일정이 조금은 여유로와질까 싶어

다리를 건너 로마 시내로 들어간다.

이름도 예쁜 천사의 다리위에 있는 연인들의 징표.





로마의 골목들은 관광지 같다가도

잘 지어진 드라마 세트같기도 하다.

자연스레 완성된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골목들이

마치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서 탄생된 것 같다.


곳곳에 꽃집이 많이 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불과 한시간전만해도 젤라또 안먹는다고 했는데ㅋㅋ

젤라또가 손에 들려있다.


사실 엄마가 금새 많이 지치셔서

길가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쉬고 싶다고 하셨다.

가볍게 젤라또를 사서 먹고 앉았다가 가려고 했는데

테이크아웃 젤라또를 사면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한다ㅋㅋㅋ

그 유명한 테이블 차지 때문에.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용 메뉴가 따로 있다.

가격이 두배이상 뛰어버림ㅠㅠㅠ

그래서 주문하는 동안 한 5분 앉아있고

화장실 다녀오면서 한 5분정도 더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가이드님말에 의하면

로마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아무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서 화장실 좀 쓰겠다고 하면 된다고 한다.

정부차원에서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서 협조를 하라고 했다고.

간혹 화장실을 이용못하게 하면

가장 싼 1~2유로짜리 에스프레소 한 잔 시키고 이용하면 된다고한다.

로마에서 화장실이 급하면 겁먹지 말고 아무데나 들어가자!


나보나 광장이 슬슬 가까워 오는데,

그리고 젤라또로 당도 보충했는데-

어머니의 체력이 완전 방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때 시간이 6시 30분쯤.

결국 시내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체력만 방전시킨꼴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집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장소가

정말 정말 대중교통이 애매한 곳이어서

우리 호텔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면 10분 이상을 더 걸어야했다.

진짜 멍청한게 대중교통 1회권을 사면 

100분간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어서

버스타고 환승하면 되는건데

왜 그냥 걸었는지 아직도 이해불가다.


흔한 로마 환경미화원의 패션센스ㅋ



그래서 버스정류장까지 걷다가 나보나 광장을 만났는데

내일 다시 올 거라며 과감하게 패스한다.

그리고 내일 이곳에 못온건 함정ㅋㅋㅋ




나보나 광장쯤 왔는데 하늘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한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어제도 이시간에 폭우를 만났고,

강수확률도 높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바티칸에 간다고 무기의 소지가 있는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ㅠㅠ


빠르게 걸어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그 흔하디 흔하게 보이는 교통권을 판매하는

타바키(TABACCHI)가 보이지 않는다!

진짜 어제, 오늘... 로마가 나를 몇 번 엿을 먹이는지 모르겠다.

엄마와 사향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혼자 버스티켓을 사러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그리고 만난 너무나도 반가운 

버스 티켓 어베일러블!!!

근처에 타바키가 없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지

인포메이션 센터에 A4용지로 써붙여 놓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그런데! 이 티켓에 반전이 있었다...

티켓을 사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저 멀리 공사장 아래가 우리의 버스정류장


엄마와 사향을 만나서 자랑스럽게 티켓 사진을 찍고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버스가 안온다.


기다린다.

마냥.

하염없이.

버스 언제와.

아.

파업.

젠장.

망했어.

이틀동안.

픽업 안나와.

해외로그인 차단.

픽업차량 합승.

늦게 만난 팀 먼저 하차.

그리고 폭우.

호텔 도착해서 짐내리다가 홀딱 젖음.

호텔 건물 문 안열림.

밖에서 비맞으며 대기.

로마 대중교통 파업.

야경투어 취소.

엄마체력 방전.

시내구경 못해.

갑자기 비내리기 시작.

버스는 파업이라 안온다.

우리는 70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버스가 계속 안온다.

뒤늦게 파업이라는걸 다시 상기해낸다.

조금씩 내리는 비는 폭우로 바뀌고,

저 작고 허술한 처마 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하고 있다.

정말 한참뒤에 버스가 도착했는데

버스가 정말 초만원상태다.

그런데 이 버스를 타야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출근길 9호선 지하철 마냥 미어터지게 버스에 구겨져 탄다.

힘들게 사 온 버스티켓 펀칭을 할 수가 없다.

당당하게 무임승차를 한다.

자랑스러운건 아니지만

버스에 탑승하는 어느누구도 펀칭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많은 불행중 하나 다행인건

버스에서 내릴때 비가 잦아들었다는 것.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서 들고 호텔로 들어간다.

저녁을 먹고 야경을 보러 나온다는 예쁜 꿈은

이미 고이접어 날려보낸지 오래다.


저녁과 시원한 맥주로 아쉽고 힘든 하루를 달래고

내일은 부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날씨도 좋기를 바라면서 일찌감치 첫 날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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