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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유럽

봄여행/15일간의 유럽, 두오모에 취해버린 피렌체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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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르니아, 발도르차, 시에나 그리고 몬테리지오니까지

로마를 떠나 토스카나의 소도시를 다니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한 우리는

토스카나의 대도시 피렌체로 향한다.


대도시 로마와 토스카나의 소도시를 다니면서

어디가 더 좋은지를 고를 수 없을만큼 

두 지방은 정말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이제 다시 피렌체라는 대도시로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래 계획이라면 산지미냐노를 들러야 하는데

계획하지 않았던 몬테리지오니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산지미냐노를 패스하기로 했다.

그 대신 내일이나 모레쯤 들르기로 한 

'피렌체 더몰' 을 먼저 가기로 한다.

어쩌면 대도시에 천천히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더몰을 굳이 여행계획에 넣은 이유는

순전히 엄마를 위해서였다.

엄마도 여자인지라 쇼핑에 관심이 많으실테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명품아울렛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공원처럼 넓게 펼쳐진 곳에 자리잡은 더몰은

쇼핑몰 같으면서 나들이장소인 듯 한적하고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번 보름간의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더몰을 들른것인 것 같다.

엄마에게는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이런 기성품보다

그 지역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피렌체의 가죽시장이

더 매력을 끌 수 있음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여기서 보낼 시간에 산지미냐노를 가거나

피렌체를 더 즐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어쨌든 엄마는 더몰에서 가방을 하나 사시긴 했다.

그리고 피렌체를 떠날 때 까지 환불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적어도 우리가 산 브랜드의 가방은 환불이 되지 않았다.


피렌체 도심으로 운전을 한다. 

같은 토스카나지만 어제까지 있었던 곳보다 도로도 넓고 차도 많다.

심지어 교통체증도 있다.


30일짜리 유럽배낭여행때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렌체를 지나쳐갔다.

로마와 베네치아를 갔는데,

그 중간에 있는 피렌체를 왜 스쳐갔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의 나는 피렌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나보다.


사실 이번에도 피렌체가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나보다.

자연과 멀어지고 점점 도심과 가까워 오면서

'피렌체'가 왜 그렇게 매력이 있는 도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겨우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오모때문이겠지' 라는 

간단한 답만 생각하고 운전을 하는데

저 멀리 그 별 거 아닌 두오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설 속 그들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 별거 아닌 '두오모'가 그저 멀리서 스쳐 지나봤을뿐인데 엄청 대단했다.

처음 에펠탑을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http://kayasa.tistory.com/125?category=715461

에펠탑의 추억-


아무튼 얼릉 피렌체 시내에 주차를 하고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피렌체에 예약한 숙소는 두오모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어서

피렌체 도심에 들어와서 체크인을 할 때 까지

두오모가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 클릭↑↑↑↑↑↑↑











피렌체에서 2박을 할 두오모가 보이는 에어비앤비.

숙소 안 곳곳도 두오모로 도배가 되어있다.

심지어 창문 너머로도 두오모가 보이기 때문에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두오모를 지겹도록 많이 볼 수 있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었더니

어느새 해가 떨어졌다.

석양을 받아 더욱 빨갛게 보이던 두오모는

어느색 어두운 갈색으로 변해있었지만

그 모습도 매력이 넘쳤다.


예전에 피렌체를 들르지 않은 것도

오늘 더몰 따위를 가겠다고 피렌체에 늦게 온 것도

모든것이 아쉽고 후회로 밀려온다.


그저 두오 하나만 봤을 뿐인데

사람들이 피렌체를 낭만적인 도시,

사랑에 빠져버리는 도시라고 말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피렌체의 밤거리를 조금 걷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로마에서 내리던 비는 그렇게 야속했는데

피렌체에서 내리는 비는 낭만을 더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거리에 사람도 적어지고

물을 먹은 바닥이 불빛을 반사해 주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좋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 사랑을 나누는 연인도 보기 좋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명장면이 생각나는 밤이다.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을 보면서

내일 누구보다 먼저 종탑에 올라 두오모를 보겠다고 다짐한다.



종탑에서 보는 두오모는 얼마나 더 예쁠지 기대가 된다.









피렌체는 가죽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이 많이 있고

가죽 시장이 유명하다.


다음이야기에 나오겠지만

엄마는 더몰보다 가죽시장의 제품들을 훨씬 좋아하셨고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많이 찾은덕에

더몰에서 구입한 가방을 엄청 환불처리 하고 싶어하셨다.

그런 이유가 겹쳐서 더몰을 선택한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여행지가 되기도 했다.



비 때문에 한가해진 피렌체의 밤거리는

우리를 위해 내어진 시간 같았다.

아마 사향과 둘이서만 여행을 왔다면

이 시간이 적어도 나에게 가장 로맨틱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피렌체의 밤거리를 돌고 돌아 다시 숙소로 간다.

골목 어디에서나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두오모.

내일 토스카나의 강한 태양아래서 어떤 모습을 할 지 기대를 안고

피렌체에서의 첫날 밤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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