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결/한장의추억

20161230@비진도

반응형



경상남도 통영에 가면 비진도라는 섬이 있다.

통영에서 제일 유명한 매물도를 가는 배를 타고 가다보면

중간에 잠깐 배가 들르는 섬이다.

배를 타고 한시간을 채 가지 않아 도착하는 섬이다.


초등학생시절 우연히 티비에서 본 이 섬이 그저 좋았다.

어디에서 봤는지 어떤 프로그램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한쪽은 자갈로, 한쪽은 모래사장으로 쭉 뻗어있는 해변이 좋았다.

얼마나 좋았었는지

심지어 대학생이 되서는 신혼여행으로 이 섬을 가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겨울에 진짜로 이 섬을 가게 될 기회가 생겼다.


말이 기회지 떠나기 하루전에 억지로 만든 계획이었다.

그냥 그 시절의 치기였을까, 무조건 떠나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한가한 친구놈을 꼬셨다. 머릿수가 하나라도 더 있어야 경비가 줄어드니까.

12월 한 겨울이지만 남쪽나라라 많이 추울 지 몰랐고

배를 타고 가야하는데 바다의 기상상황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떠났다.

바람이 세서 파도가 엄청 높았지만 배는 다행히 출항을 했다.

나와 친구커플 그리고 또 한 명 총 4명만 태운채 말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우리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한겨울에 엄청 발이 시린 컨버스 신발을 신었으며,

친구는 겨우 고어텍스 바람막이를 입었다.

심지어 친구의 여자친구는 청치마를 입고 왔다.


그렇게 거의 20년을 묵혀둔 비진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비진도에 있는 산에 올라 섬 전경을 내려다 보며

이런 장관때문에 내가 여기에 오고 싶었구나,

라고 보람찬 마음을 가지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기가 군대에서 겨울 한철을 보낸 철원도 아닌데

이렇게 추워도 될까 싶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럭저럭 버틸만 할 것도 같은데,

바람이 너무나도 강했다.

오죽했으면 저 방파제에 숨어서 바람을 피해보겠다고 저러고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날이 추워지고 살을 에는 바람이 불면 떠오르는 기억이다.









반응형

'#결 > 한장의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0801@Odawara  (0) 2018.06.01
20140410@고양인공암벽장  (0) 2018.05.04
20150111@Hase  (0) 2017.11.13
201060922@감악산  (0) 2017.11.10
20170730@울진  (0) 201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