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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유럽

봄여행/15일간의 유럽, 토스카나의 무료 노천온천 사투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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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Saturnia 온천에 도착했다.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이

엄마가 유럽을 다녀와서 

확실히 유럽을 다녀왔다고 각인 될 만한 

콜로세움, 에펠탑 같은 유명 랜드마크를 보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힘들지 않게 볼 수 있게

체력 안배를 잘할 것.

그 두가지였다.


유명 관광지를 가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체력 안배를 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꽤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게

로마에서 3일 후 하루 휴식,

그리고 피렌체와 스위스를 보다가 하루 휴식

이런 식으로 힘들 여정에 하루 휴식일을 넣었고

그 휴식일에는 온천을 넣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온천이 사투르니아 온천이다.


3천년 전 제우스가 만들었다는 신화가 있는 온천으로

2014년 CNN이 선정한 

'편안히 쉴 수 있는 최고의 노천온천'으로 뽑혔다고 한다.

온천이 보이는 곳 정도에 도착하면

유황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곳이 유황 온천임을 냄새로 알려주는 듯 하다.


온천수에 각종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피부에 굉장히 좋고

사투르니아라는 이름으로 화장품도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사투르니아 온천 전경이 보이는

나름 전망 포인트가 있다.

이 곳에서 사투르니아를 바라보면서 기대감을 높인다.


5월이지만 토스카나의 해가 뜨거워서

온천을 하면 덥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투르니아 온천은 무료인데

사실 온천 상류에 Terme di Saturnia 라는 

꽤 고급 스파리조트가 있다.

온천물이 그 리조트를 한번 통과하고 내려오기때문에

막상 온천에 가보면

수온이 높지 않고 부유물이 있는듯한 느낌이다.

원효대사 해골물 느낌이 이런 것일까 싶다.

상류에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테니까-


 


우리가 사투르니아에 간 날은 토요일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는 문화가 있어서

토요일에 사람이 꽤 많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주차할 공간이 없을만큼 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주차 할 곳이 없을까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까 주차장이 있었다.




이곳이 사트루니아 온천 주차장 들어가는 길이다.

높이가 2.2m 제한이 있고

바닥이 흙이라서 흙먼지가 많이 날린다.



사트루니아 온천 주차장은 생각보다 엄청 넓은데

사람이 많아서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주차장 끝쪽에 가면

안쪽으로 드넓은 주차공간이 또 나오기 때문에

주차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넓은 주차공간이 또 있다.

사투르니아 온천 주차장은 무료인대신

관리인이 없기때문에 소지품 같은건 알아서 잘 챙겨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 주차장에서 도난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이 되긴 했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항상 긴장을 하긴 해야할 것 같다.




주차장에서 나오면 바로 카페를 만난다.

사투르니아에 있는 유일한 카페이자 식당이다.



벽에는 사투르니아온천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안쪽에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는데 다행히 무료다.

화장실은 두칸이 있는데 남녀 구분이 따로 없다.

한국의 간이 화장실보다는 깨끗하기는 한데

방음이나 보안(?)이 엄청 허술하게 느껴진다.


그 옆에 샤워장이 나란히 있는데

탈의실 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샤워부스가 나눠져 있지도 않다.

화장실을 기다리다가 샤워실이 열리는 걸 몇 번 봤는데

그냥 알몸이 타인에게 너무 쉽게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본 건 다행히 어린아이들과 아빠였는데

아빠는 옷을 입고 계셨다.



사투르니아 온천에 있는 카페 메뉴판.

유명 관광지의 식당 답지 않게

가격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먹어보지 않아서 음식의 퀄리티는 모르겠다.



피자의 나라답게 피자 자판기도 있었는데

가격은 6유로다.

3분 즉석 피자라는데...

얼마나 위생적일지는 모르겠다.



식당을 지나서 2분정도만 걸어가면 온천을 만난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너무도 유명한 파묵칼레의 미니어처 버전 같다.

약간 회색빛이 도는 온천수가 계단식으로 되어있다.







온천을 즐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온천 근처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고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면 된다.

일반 옷을 입고 들어간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대부분 수영복차림이다.

한국에서 흔한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도

남자가 상의에 티셔츠를 입은 모습도 보기 힘들다.


수온은 미지근하다는 느낌인데

잠깐 해가 구름뒤로 들어갔을 때

바람이 살랑 불어주면 쌀쌀한 느낌도 든다.


온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위쪽으로 가면

수온이 조금 더 뜨겁다.

그런데 그 위쪽은 수압이 정말 세서

올라갈 때 물에 밀려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상류쪽엔 온천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그곳에서 안마를 받는 것도 색다를 느낌이다.

우리는 슬리퍼를 신고 다녔는데

수압이 워낙 센데다가 바닥이 미끄러워서

슬리퍼가 자주 벗겨져 버렸다.

슬리퍼 보다는 아쿠아슈즈가 더 유용할 것 같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주인들이 센스있게 강아지는 제일 하류쪽에서만 놀게 하더라.









사투르니아 온천 계단 하부쪽은 바닥이 진흙으로 되어있었다.

그 진흙이 피부에 좋은걸로 유명해서

몸에 바르고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앞서 말한 사투르니아 라는 이름의 화장품도

이 머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수온이 엄청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시간 온천 속에 있기는 힘들었다.

서로 교대로 온천에 들어가기도 하고

돗자리에서 과자와 음료도 마시면서 여유를 부린다.


노천 온천에서 다른 사람을 신경쓰면서 있었기때문에

완벽하게 피로가 풀렸을지는 모르지만

꽤 한가롭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온천을 즐기고 휴식을 즐기는데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온천의 하부쪽 바닥은 진흙이지만

상부쪽은 이런 몽글몽글한 돌이 바닥에 깔려있다.

그래서 맨발로 다니면 조금 아프기는 한데

발마지를 받는 정도의 느낌이라 

맨발로 다니기에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느긋하게 피로를 풀고 온천을 떠난다.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떠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는데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되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엄청 생길 것 같은 곳이다.

아까 샤워시설을 봤을 때,

마음 편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간 비치타올로 몸에 물기를 닦고

생수로 몸의 적당한 곳만 헹군다.

그리고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투르니아를 떠난다.







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사투르니아가 보이는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온천을 바라다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엄마도 사향도 온천덕에 쌩얼이 되었지만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며 

사투르니아 배경으로 사진도 여러장 남긴다.


기대했던 것 보다 예쁘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지난 3일간 힘들었던 일정의 피로도 많이 날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제는 시에나에 잡아둔 에어비앤비 숙소로 간다.

가는길에 있는 토스카나의 유명 관광 핫스팟

글래디에리터 '막시무스의 집' 을 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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