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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아시아

[신혼여행] 상상 이상의 롬복 여행기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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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것 같던 롬복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롬복 프라야공항에서 11시 20분 비행기이기때문에 준이 호텔로 9시까지 오기로 한다.

전 날 미리 짐 정리를 다 해두었기에 늦잠을 자도 괜찮았지만,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발리를 보며 마지막 식사를 한다.

언젠가 발리에 간다면, 그곳에서 롬복을 바라보며 롬복을 궁금해 할 날이 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처음 롬복공항에 도착해서 꾼찌로 갈 때는 이상하게 길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롬복 길을 몇 번 다니고 지리를 알아서일까,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엄청 짧게만 느껴졌다.

더 붙잡고 싶었지만, 이제는 롬복을 놓아줄 때가 온 것이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준 롬복 브라더 준과 작별인사를 한다. 준도 아쉬움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첫 날 데이투어를 마친 후 준이 우리는 친구라며 승기기 갈 일 있으면 택시를 타지 말고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프리'로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미안하기도 했고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준을 부르지 않았는데,

한편으론 준과 시간을 더 보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롬복공항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는데, 대부분이 국내선이다.


롬복 프라야 공항은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마타람 근처에 있던 옛 공항보다 접근성이 나빠졌지만 시설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롬복공항에는 인도네시아 입국세와 출국세가 있다는 글들이 많은데,

그런거 다 없어졌으니까 미리 돈 준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제 기념품을 사면서 루피아를 탈탈털었다.

보딩까지 시간이 남아 카페를 찾았는데, 우리가 가진돈은 동전포함 60,000루피아가 되지 않았다.

사향이 먹고 싶은 커피를 마시면 나는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었다.

내 음료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사향이 극구 같이 마셔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웨이트리스를 불러 우리가 가진 돈이 이것뿐이니 조금 할인해 줄 수 없냐며 딜을 해보지만...

웨이트리스는 계산기를 들고와서 둘이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 계산기를 두드려준다. 잔인하다.




게이트 앞에서 우리의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출발시간이 다 되도록 우리의 비행기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실크에어 스태프가 오더니만, 우리 비행기가 지연 도착을 하기 때문에 40분정도 지연출발 될 것 같다고 한다.

하... 우리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연결시간이 50분밖에 없는데-

그래서 좌석도 최대한 앞으로 배정받았는데...

스태프는 우리가 그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다른 싱가포르 항공편을 준비해두고 모든 짐은 인천에서 잘 찾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고 한다.

우리는 놓치면 뭐 할 수 없지란 생각으로 편하게 기다리다 비행기에 탑승한다.


굿바이 롬복..ㅠ


프라야 공항에 있던 고장난 비행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


싱가포르에 가까워 오자 하늘에서 다른 비행기도 자주 보인다.

역시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인만큼 비행기의 편수가 많은가보다.

이때쯤부터 우리는 두가지 계획을 세운다.

1. 비행기에서 내린 후 최대한 열심히 뛰어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2. 그냥 놓쳤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창이공항 투어를 한다.

그리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았는데, 이 때가 이미 오후 2시 40분이었다.

우리가 원래 타려던 비행기는 2시 35분이었는데...

우리의 계획따위는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비행기에서 내려 브릿지를 건너자 싱가포르 항공 스태프가 싱가폴 → 인천 이라는 피켓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와 같은 비행편을 타려는 사람들은 우리를 포함해 5명이나 있었다.

한국인 모녀와, 한국에서 일 한다는 인도네시아인 1명.

싱가포르 항공 스태프가 친절하게 우리의 동선을 설명해준다.

우리의 비행기는 익일 00시 10분 싱가포르 항공편으로 변경되었고 보딩패스는 모두 준비해두었다.

바우처를 줄건데 호텔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저녁 부페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바우처를 제시하면 공항 ↔ 호텔간 택시를 무료로 탑승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비행기가 늦게 활주로에 닿을때

몇시 비행기를 달라고 요구할지, 같은 스타얼라이언스인 아시아나항공편도 가능할 지,

창이공항 바우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었는데,

싱가포르 항공의 파격제시에 그냥 Yes yes Ok ok만 연발했다.

대다수의 항공사들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테지만,

우린 역시 싱가포르 항공 서비스가 좋구나라고 만족과 감탄을 했다.

그리고 덕분에 싱가포르땅도 밟아볼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은 공항에서 20분 남짓 떨어져있는 village라는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객실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이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창이공항에서 제공하는 무료 시티투어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애매했다.

무료 시티투어까지 가능했다면 정말 보너스데이가 생겼다고 생각했을텐데 말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 국가란 말만 들어서 반나절이면 다운타운을 다녀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호텔은 공항 바로 옆에 위치해있었고, 다운타운까지 가려면 40분 가량 소요된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호텔 근처나 산책하는 것으로 맘을 바꿨다.

보딩패스도 있고 체크인도 다 했기때문에 공항에 출발 2시간 이전에 도착할 이유도 없었다.




풀어놓을 짐도 없었기에 호텔을 나와 주변을 산책한다.

근처에는 공원도 있고 비치도 있어서 한가롭게 거닐기 좋았다.




그리고 엄청 큰 푸드타운이 있었다.

값도 싸고 메뉴도 다양한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근처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환전소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공항환전소보다 비싼 환율로 호텔에서 환전을 한다.





그리고 먹방을 시작!!!

사향이 전에 싱가포르에서 먹었다는 팥빙수와 비슷한 디저트와 치킨 윙을 먹는다.

저녁 호텔부페가 없었다면, 아마 이곳에서 배가 터질만큼 음식을 먹었을 것 같다.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우린 호텔 부페를 기대하며 먹방을 멈췄다.



저녁시간에 맞춰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는 옥상과 1층에 인피니티 풀이 있었는데,

바로 옆으로 비행기가 계속 날아가는 옥상풀이 좋았다.

우리의 수영복이 수화물로 보낸 수트케이스에 있는것이 못내 한이 된다.


캡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페를 먹으러 간다.

부페는... 먹을게 없다- 아까 그 푸드코트에서 더 먹었어야 했다!!!!!!!!!!

디저트로 아쉬움을 먹고 호텔방에서 목욕을 하고 공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공항에 돌아와 출국심사도 마치고 우리의 보딩패스를 보니,

2-4-2으로 되어있는 비행기의 가운데 자리가 뙇!!!!!!!!!

싱가포르 항공이 우리의 허니문 마지막 여정에 싱가포르 항공이 똥을 던졌구나!!!!!!!!

다행히 저 앞에 트랜스퍼 데스크가 있어서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리고 최대한 불쌍하게

우리 지금 허니문 왔다가 한국 돌아가는데, 너네 비행기 딜레이 되서 집에도 제 때 못가고

티켓 받았는데 자리가 한가운데다. 우리 마지막 여정인데 최소한 우리 둘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주면 좋겠다.

라고 했더니만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좌석을 뚝딱뚝딱 창가쪽 두자리로 바꿔준다.

속으로 만석도 아니고 자리도 많은데 첨부터 왜 이런자리를 안준거야!!! 라고 외치면서

겉으로는 웃으며 땡큐베리머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비행기 게이트가 열린다.


한국-일본-롬복-싱가포르로 이어진 장장 15박 16일의 긴 신혼여행이 끝났다.

언제 또 다시 이렇게 길고 달콤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향과 함께 우리의 다음 여행을 기약하면서 싱가포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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