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꾼찌를 떠나는 날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지만, 꾼찌는 단점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숙소였다.
오늘도 데이투어를 예약해놓아서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는데,
다른 룸보다 비쌌던 풀빌라에서 실컷 놀지 못한게 아쉬웠다.
우리가 머물렀던 풀빌라의 이름이다.
꾼찌의 풀빌라는 인도네시아어로 그 외의 방은 숫자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머문 Qembang의 의미는 꽃이라고 한다.
조식을 먹거나 스파를 가면 방 번호를 물어보는데, 우리는 항상 '쿰방' 이라고 대답했다.
그걸 들은 스태프만 어리둥절해 했는데, 꾼찌에는 Qumbang이라는 럭셔리 풀빌라가 있다고-
둘의 발음이 이상하니까 그냥 Flower라고 말해주면 된다고 한다.
끝내 꾼찌의 해피아워는 이용하지 못하고 떠났다ㅠ
꾼찌에서의 마지막 조식-
빵돌이인 나에게 꾼찌의 빵과 관련된 조식은 정말 좋았다.
하늘과 바다와 풀의 경계를 찾을 수 없는-
그리고 저 멀리 발리가 보인다.
꾼찌는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큰 갤러리 같았다.
여기저기 있는 오브젝트 하나하나가 허투루 놓여 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레스토랑, 풀 사이드 바, 미니바, 세탁, 캄보자 스파 요금 등을 지불하고 꾼찌에서 체크아웃을 한다.
꾼찌에서는 USD, 인도네시아 루피아등 다양한 화폐로 요금 지불이 가능하다.
다만 캄보자스파는 USD로 지불하는 것을 추천한다.
캄보자 스파 메뉴에는 USD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격이 함께 적혀있는데,
환율로 계산하면 승기기 환전소에서 계산해주는 환율보다 USD가격이 더 좋게 책정되어 있다.
마사지 두어번 받은 금액을 USD로 지불하면 승기기에서 한끼 식사값은 벌 수 있다.
체크아웃과 동시에 준과 팟마를 만나서 폭포투어로 출발한다.
우리의 러프한 롬복 데이트립은 3길리, 폭포투어, 스쿠버 or 래프팅 같은 액티비티였다.
3길리는 4길리로 대체했고 오늘은 폭포투어다.
롬복에서 폭포투어를 하면 북부에 있는 슨당길레 폭포를 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사람 많고 남들 다 가는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래서 우리는 롬복 중부에 있는 베낭 스토클(Benang Stokel)폭포와 베낭 켈람부(Benang Kelambu) 폭포로 향했다.
꾼찌에서 한시간 반쯤 달려서 폭포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오토바이가!!!
이 날이 일요일이어서 롬복사람들이 피서를 즐기러 왔다고 한다.
준은 북부에 있는 슨당길레에 가면 외국인 관광객밖에 없지만, 이곳에는 사람이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없다고했다.
서너시간 폭포에 머무르면서 정말 외국인을 찾기 힘들었고,
사향과 나는-거짓말 같지만-마치 연예인이 된 마냥 사람들의 시선과 사진요청을 받았다.
폭포는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이면서 롬복산에서 가장 높은 린자니 산 국립공원내에 위치해있었다.
참고로 린자니는 활화산이며 불과 작년에 분화가 있었고,
그 연기로 롬복공항과 발리공항 모두가 폐쇄되기도 했다.
우기지만 해가 쨍쨍하다. 덕분에 폭포를 가면서 완전 땀 범벅이 되어버렸다.
스토클 폭포는 입구에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산으로 들어서자 마자 회색 원숭이들이 뛰어다닌다.
준이 먹을 것을 주면 가까이 온다고 말했는데,
그런 정보는 미리 알려줬어야지!!!!!!!!!
10분정도 걷자 스토클 폭포가 나타났다.
우리가 비를 안 맞아서 그렇지 롬복은 우기기 때문에 수량이 엄청 풍부했다.
폭포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땅에 부딪힌 물방울이 분무기로 분사한 물처럼 떠다녔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깨끗했지만, 바닥에 흐르는 물은 흙탕물이었다.
아쿠아슈즈를 신고 물에 들어갔지만 신발 안이 금새 흙으로 가득찬다.
길리낭구에서는 슬리퍼라는 배드초이스를 하고, 오늘은 슬리퍼를 버리고ㅠㅠㅠ 참 센스가 없다.
스토클을 지나 켈람부로 간다.
여기서부터가 진정 등산이다. 30분정도 걸은 것 같은데, 이날 습도가 높아서 등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켈람부 폭포의 지형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해주고 있다.
지리시간에 배웠는데... 단층이었나?
아무튼 폭포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보다 해발고도가 낮은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그 말은, 다시 그 계단을 올라와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다.
고진감래라고 하던가, 켈람부 폭포의 모습은 스토클보다 장관이었다.
슨당길래의 모습을 모르지만 이 곳을 선택한 것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식물들 사이로 샤워커튼처럼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곳은 확실히 롬복사람들에게 피서지였다.
폭포수에 안마를 받는 사람, 수영을 하는 사람, 그냥 누워있는 사람등
그들은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폭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산의 입구로 와서 식사를 한다.
오늘 가이드투어는 65불에 중식은 별도였다.
하지만 착한 사향이 준과 팟마에게도 함께 점심을 먹을 것을 요청했다.
나는 내심 관광지라 밥값이 비싸면 어쩌지란 걱정을 했는데,
우리 넷의 점심과 사야카의 롬복커피까지 해서 90,000루피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저 Sate!! 너무 맛있었다!!!! 소스가 시내 식당에서 파는 것과 달랐는데,
저 Sate만 있으면 맥주를 끝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폭포를 나와 롬복 전통 마을로 떠난다~
이동하면서 먹을 롬복의 자랑 옥수수도 산다!!
차를 타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계속 투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전통마을에 도착할때쯤 비가 그쳤다.
4길리를 방문했을때도 그랬고, 우리가 숙소나 차안에 있으면 비가 내렸지만 외부에 나가면 비가 그쳤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생명은 날씨' 인데,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베틀같은 것을 하는 롬복의 Hand Weaving Village다.
도착과 동시에 이곳을 안내하는 아저씨가 체험도 시켜주고 옷도 입혀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아주 체계적으로 촥촥촥 진행을 하신다.
의심병대장인 나는 속으로 얼마나 비싸게 물건을 팔아먹으려고...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향은 벌써 가족들에게 줄 선물들을 고르고 있다.
어머니 이모와 동대문을 다니면서 좋은 것을 배운 사향이 가격을 엄청 후려쳐서 처음 그들이 부른 가격보다 절반가량을 깎았다.
그래도 나는 내심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사향은 가격에 만족하고 물건을 구입했다.
나는 찜찜한 기분이 계속 남았지만, 한국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선물했을때,
어머니와 이모들 모두 천이 너무 좋고 색이 좋다고 대만족을 하셔서 그때서야 찜찜한 기분을 날릴 수 있었다.
전통마을을 본 우리는 롬복 남부에 있는 Kuta Beach로 간다.
가는 길에 여러번 결혼식을 만날 수 있었다.
준이 설명해준 롬복의 전통 결혼은 남자가 여자를 납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간 후 3일이 되는 날 남자의 친구 중 한명이 여자의 집으로 가 부모님께 결혼 사실을 알린다.
우리 나라처럼 데이트하고 프로포즈하고 부모님 승낙 받고 그런게 아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일요일 꽃단장을 하고 남자의 집부터 여자의 집까지 행진을 한다.
행렬에는 화동과 다양한 악기도 포함이 된다.
그렇게 여자의 집에 도착을 하면 비로소 여자의 부모님은 사위와 꽃단장 한 딸을 만난다고 한다.
롬복 남부에 있는 꾸따비치에 도착했다.
이곳은 서핑으로 유명해서 서핑을 즐기는 유럽인과 일본인이 특히 많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내리기 전에 준이 하나의 팁을 줬는데,
이곳엔 잡상인이 많고 끈질기니까 잡상인이 접근하면 아예 말을 섞지 말고 무시를 하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잡상인들이 슬금슬금 몰려들었는데,
우리가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자 금방 포기하고 물러났다.
롬복 길에는 종종 개나 고양이가 보이는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니까 만지지 말고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향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이미 폭포에서부터 많은 사진요청이 있었기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사진을 찍어줬는데,
사향말로는 이 녀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차를 오랫동안 따라왔다고 한다.
나쁜 아이들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 노란피부의 아시안이 신기했거나 런닝맨을 좋아하는 아이들인 것 같다.
투샷도 찍고 점프샷도 찍고 페이스북 아이디를 알려달래서 페이스북 주소도 알려줬는데,
왜 아직도 연락이 없는거니?ㅋㅋㅋㅋ
꾸따 비치의 모래는 구슬아이스크림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Welcome에서 e가 빠지니까 We come to Kuta가 되는 마법.
꾸따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꾸따까지 갔는데 탄중안을 못간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맘때쯤 사향과 나는 롬복은 반드시 다시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몇몇 장소는 남겨두자고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
오늘은 저녁도 준, 팟마와 함께 하기로 했다.
준이 나시고렝이 맛있는 로컬 식당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승기기에서 꽤 유명하다는 예시까페라는 곳으로 갔다.
이곳은 우리가 승기기에서 방문했던 다른 식당보다 가격이 조금 비쌌다.
하지만 외부 잡상인을 철저히 차단을 해주었기 때문에 좀 더 아늑한 식사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낮에 먹었던 Sate가 너무 맛있어서 또 sate를 주문했지만, 낮에 먹었던 그 소스는 없었다.
밥을 먹으며 내일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길리에 대한 마음이 아련히 남아있었지만, 사향이 원하는 니모를 찾기 위해
길리 꾼도라는 롬복섬 동쪽에 있는 섬을 가기로 한다.
준은 핑크비치, 길리 꾼도,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또다른 길리 등을 소개해줬는데,
꾼도는 가면 니모를 볼 수 있음을 개런티 한다고 했다.
우리는 꾼도를 가기로 정했고 투어비용은 중식포함 110불에 합의했다.
그 가격에는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센딩비용도 포함이다.
허니문을 떠나기 전부터 고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가격이 부담되어 포기했다.
하지만 준이 25불에 고프로를 빌려준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고프로를 일대여 하려면 3만원쯤 하니까, 나쁜가격이 아니라 OK했다.
폭포 투어 + 길리 꾼도 가격이 175불이었는데, 200불을 내고 거스름돈 받고 그러기가 귀찮아서
서로가 200불에 맞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새로운 숙소로 향한다.
모든 택시기사가 몰랐던 '푼칵'.
베테랑인 준도 잘 몰랐던 그 곳. 사실 우리의 발음이 틀렸었다.
'푼칵'이라는 이름만으로 준이 갸우뚱하길래,
승기기에서 10분정도 걸리는 산 정상에 있고, 방은 5개밖에 없는 작은 호텔이라는 설명을 했더니
'아!!! 푼짝!!!!!!' 이라는 대답을 한다. 그렇다 Puncak은 인도네시아어로 푼짝이었다.
준은 잘 아는 곳이라며 굉장히 좋은 호텔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를 안내한다.
푼짝은 Top of hill, Summit의 의미라는 설명을 해준다.
승기기부터 차로 10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언덕길을 5분 이상 올라가는데, 이곳이 롬복의 비버리 힐즈구나 할만큼 양쪽으로 수영장딸린 저택들이 많았다.
그 저택들을 아래로 하고 정상에 도착하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푼짝은 벨기에 남편과 인도네시아 아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1층엔 방 5개와 2개의 인피니티 풀 그리고 리셉션이 있으며, 2층은 프라이빗 하우스로 운영을 하고 있다.
허니문을 떠나기 전 오너에게 메일을 보내 허니문 오퍼등에 대해 상담을 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게 나와서 그냥 아고다에서 예약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룸을 허니문 스타일로 꾸며놓았다.
정말 작고 소소한 것이었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
이튿날 짧게나마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들 역시 데이투어로 레이트 체크인을 하는 우리가 전화로 체크인 시간을 확인해주었던 것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사와 행복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이 날은 푼짝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버틀러인 잘생긴 Lido도 일찍 퇴근을 해서 모든 푼짝을 온전히 우리가 전세를 냈다.
두개의 인피니티 풀은 우리의 럭셔리 풀빌라와 다름 없었다.
내일은 슈퍼문이 뜨는 날이다.
내일은 더 예쁜 하늘이 우리를 반겨줄 것을 기대하며 푼짝에서 첫 밤을 보낸다.
Puncak의 아련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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