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의 셋째 날.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어제 앉기로 약속했던 테이블을 선점한다.
과일과 생과일 쥬스를 먼저 받고 메인디쉬를 기다리는데,
저 앞에 비치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얼릉 뛰어내려가서 보니, 조그만 게들이 빨빨거리고 뛰어다니고 있다.
열심히 잡아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게구멍으로 들어가버려서 실패ㅠㅠㅠ
그러는 중 메인디쉬가 나왔다.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꾼찌의 조식!
하지만 이 자리의 좋지 않은 점이 있었으니-
서서히 해가 올라오니까 그늘이 사라지고 뜨거운 롬복의 태양이 우리를 비췄다.
결국 태양을 피해 후다닥 식사를 마무리 한다.
조식을 먹고 우리는 스노클링을 하러 간다.
롬복으로 떠나기 전 우리의 계획은 3길리, 트라왕안, 메노, 아이르를 가는 것이었었다.
하지만 첫날 승기기에서 만난 대다수의 가이드가 길리를 갈 거라면,
3길리보다 4길리를 갈 것을 추천했다. 'Gili'는 인도네시아 말로 '섬' 이라는 뜻인데,
세개의 섬이 나란히 있는 트라왕안, 메노, 아이르를 쓰리길리,
그리고 네개의 섬이 나란히 있는 낭구, 땅콩, 수닥, 케디스를 포길리라고 불렀다.
의심병이 많은 나는 자꾸 포길리를 추천하는 가이드들이 불안했다.
하지만 한 두명의 가이드가 아니라, 정말 대다수의 가이드들이 4길리를 추천해서 안심이 되었다.
그들이 4길리를 추천한 이유는
첫째 3길리는 너무 붐빈다는 것. 섬에 리조트까지 있을만큼 큰 섬이고 인기가 많아 복잡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두번째는 낭구쪽에서 더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것. 비록 거북이는 볼 수 없지만, 니모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그것은 이따가 설명하겠다.
우리는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고, 사향이 거북이보다 니모에 관심을 보였다.
가격은 3길리나 4길리나 두 곳이 비슷했다.
우리는 첫 날 소개받은 가이드와 협상을 해서 중식포함 110불에 가기로 했다.
승기기지역에서 협상했던 가격은 1,000,000루피아(78불정도) 이하였지만,
애초에 중식포함 150불 정도를 예산으로 잡았기때문에 아쉽지 않은 가격이었다.
4길리로 가는 선착장. 꾼찌에서 1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선착장이라고 하기에는 좀 오바인듯한 그냥 비치다ㅋㅋㅋ
우리를 태우고 갈 배.
승기기에서 만난 가이드들도 모두 프라이빗 투어라고 말을했다.
차에는 우리 커플만 타고, 배도 우리 커플만 타고.
그리고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 역시 롬복의 모든 데이투어는 프라이빗이라고 한다.
조인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지만 인원이 많아지면 1인당 금액이 내려가니까 알아서 조인을 해서 오는 팀도 있다고 한다.
한국 패키지상품을 보면 '프라이빗투어'를 강조하거나 두 커플 정도가 함께 다니게끔 하는 경우가 있던데,
마케팅이거나 비용절감을 하는 장사속이니까 속지말자.
선착장앞에서 우리가 먹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캡틴과 우리의 가이드 Jun과 Fatma.
처음에는 둘이 부부인 줄 알았지만 준은 베테랑 가이드였고, 팟마는 교육을 받는 인턴같은 가이드였다.
준의 얘기로는 롬복데이투어에는 보통 가이드가 두 명 붙는다고 한다.
한 명은 운전을 맡아 하고 한 명은 가이드를 해준다고.
하지만 지금 자기는 팟마를 가르쳐야 해서 운전과 가이드를 모두 해야 한다고 했다.
인턴이기는 해도 팟마가 있어서 화장실이나 샤워등을 할 때 사향이 많이 편했던 것 같다.
준은 꽤나 헤비스모커였다. 목적지에 차가 도착하면 담배를 연거푸 피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이상 운전을 할 때면 흡연을 잘 참았다.
첫 섬인 길리 낭구로 가면서 준과 팟마가 물고기를 유인할 빵을 만들고 있다.
물속에서 페트병을 한번 눌러주면, 물에 젖은 빵이 물속을 흩날리는데 금새 물고기가 몰려든다.
사이판이나 보홀등지에서는 항상 소시지만 이용했었는데,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선착장에서 20여분만에 Gili Nanggu에 도착, 이제 스노클링 시작이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불안했던것이 우리들의 짐이었다.
가방에 지갑도 있었고 그 안에는 적지않은 가이드 비용이 들어있었으며,
카메라와 핸드폰등 잡다한 소지품들이 상당히 불안했다.
준과 팟마도 우리와 함께 스노클링을 했기때문에 저 짐을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앞서 말했듯이 롬복의 사람들은 착하다. 캡틴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
사향과 함께 내린 결론은 무슬림이 많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그들의 주 수입원이고 관광객에게 해를 끼치면 좋을 것이 없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길리 낭구는 가이드들의 말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비치의 모래는 죽은 산호로 이루어졌는지 고운 편은 아니었다.
물속도 산호가 많아서 맨발로 걸으면 발이 아팠다.
아쿠아슈즈가 있었음에도 슬리퍼를 챙겨간 우리가 바보였다.
두시간정도 스노클링을 하자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고 파도가 세졌다.
롬복의 우기는 12시 이후로 비가 두시간 정도 내리고 맑아진다고 준이 말했는데, 그 시간이 온 듯했다.
우리는 스노클링을 멈추고 길리 땅콩으로 이동을 해서 점심을 먹는다.
구운 생선, 콘스프 그리고 밥이다.
아침에 볼 때는 몰랐는데 저 생선 스노클링을 하며 수도 없이 본 녀석이다.
그리고 가운데 놓인 빨간 소스, 한국의 고추장보다 훨씬 맵다.
그래서 저 콘스프가 필요하다!
시원한 국이었는데, 진짜 꿀맛이다.
롬복의 옥수수는 잇템이다!!!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킬겸 길리 땅콩을 산책한다.
아침에 꾼찌 앞에서 잡지 못했던 게를 드디어 잡았다!
땅콩은 완벽한 무인도다. 하지만 어디서 나왔는지 야생 닭과 소가 돌아다닌다.
닭은 우리를 보고 도망을 가지만,
소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하고 우리에게 슬금슬금 온다.
우리는 괜시리 겁에 질려서 도망을 가버렸다.
처음에 길리 땅콩이라는 말을 듣고는 한국사람들이 이름을 지었나 싶기도 했는데,
그것은 실제 인도네시아어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땅콩은 정부의 소유 섬이라서 일반인이 살 수 없는데,
2004년부터 섬전체를 리조트로 만들기 위한 사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 다음에 땅콩을 방문했을때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땅콩비치에서 사향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산호들로 우리의 이름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사향을 만들기는 너무 어렵다며 이내 포기한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다시 해가 쨍쨍하게 떴다.
우리는 낭구에서 찾지 못한 니모를 찾기 위해 다음 섬으로 간다.
다음섬은 Gili Sudak인데,
우리가 땅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관계로 수닥은 배에서만 보고
길리 케디스로 바로 간다.
Gili Kedis는 Love Island라고 부른다.
위에서 말했던 4길리를 선택한 마지막 이유가 이 러브 아일랜드다.
케디스는 섬 전체를 걸어서 돌아도 3분이면 충분할 작은 무인도다.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드론으로 찍은 섬의 전경을 보면,
섬의 모양이 정확히 '하트'다!
그래서 별명이 러브 아일랜드다.
허니문을 떠나서 하트모양의 무인도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4길리를 선택했다.
Gili Kedis의 뜻은 허니문 아일랜드라고 한다.
구글에서 나오는 Gili Kedis전경
사향이 갑자기 나를 불러서 갔더니,
조그만 물 웅덩이에 작은 물고기 십여마리가 있었다.
물고기를 잡아달래서 잡아줬더니, 바다에다가 놓아주라고ㅋㅋㅋ
그래서 그곳에 있는 물고기를 모두 잡아다가 넓은 바다에 놓아주었다.
그랬더니 사향이 또 부른다.
이번엔 꽃게다!!!
저 바위 아래 꽃게가 있어!!!
꽃게를 겟!!!
꽃게는 많이 화가 났는지, 집게발에 잡히는 것은 놓지 않고 꽉 쥐고 있었다.
그렇게 내 슬리퍼를 쥐고 놓지 않는 모습을 본 서양친구가 흥미를 보이며 다가온다.
덕분에 나는 오징어가 된 것 같다ㅠㅠㅠ
바다에 집어넣고 아무리 흔들어도 게는 집게발을 풀지 않는다.
사향은 꽃게랑 노는 내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며,
허니문을 와서 와이프를 버려둔 모습에 점점 화를 해기 시작한다.
꽃게도 화가 나고 사향도 화가나고ㅠㅠㅠㅠㅠ
꽃게를 버려두고 사향을 달래며 스노클링을 한다.
니모를 찾아나섰지만 결국 니모는 찾지 못했다.
니모를 보지 않은 내가 니모라며 찾은 물고기는 모두 오답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니모를 외치던 사향도 영화 니모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러브 아일랜드에서 스노클링도 모두 끝내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선착장에는 조그맣고 허름한 샤워장이 있는데,
민물이라지만 바닷물이 많이 섞여 있는 듯하다.
대충 모래만 씻고 옷을 갈아입고 숙소로 돌아간다.
승기기에 가까워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로 돌아와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승기기지역에는 하루종일 비가 왔다고 한다.
우리가 스노클링을 하는동안에 비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고 하자
엄청 운이 좋았다고 한다. 이날은 3길리에도 비가 왔었다면서.
오늘부터는 풀빌라로 방이 옮겨졌다.
첫날 포스팅에 말했지만 풀빌라의 샤워부스에는 천정이 작아서,
비를 맞으며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승기기로 나간다.
이내 비가 그쳤지만, 혹시 몰라 리셉션에서 우산을 빌려서 나간다.
사향은 롬복의 전통 닭요리 아얌 탈리왕을 나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라임쥬스와 빈땅 한 병.
금액은 신기하게도 첫 날 갔던 곳과 똑같이 180,000루피아다.
우리는 롬복을 가면서 식당이나 마사지샵을 따로 알아보고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느낌보다,
거리를 걸으며 우리에게 느낌이 좋은 곳으로 가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모든 식당은 만족이다.
다만 첫 날과 이 날 갔던 식당에 기념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
처음에는 좋게 좋게 말을했지만, 그들이 식사를 하는 우리를 너무 귀찮게 해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우리도 기념품을 사야 했기때문에 밥을 먹고 천천히 보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계속해서 식사를 방해하니까 그들에게 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밥을 먹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ORCHID day spa and beauty salon이었는데 승기기에만 세곳의 매장이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이 그 중 가장 승기기 메인 스트릿에 있는 곳이었다.
1인당 65,000루피아로 1시간 가량의 발 마사지 코스를 선택했다.
하루종일 스노클링을 하고,
맥주 한잔과 마사지를 받았더니 몸이 노곳노곳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프라이빗 풀 옆에 선 베드를 옮겨두고 하늘을 보고 눕는다.
오션뷰 룸에서 들었던 파도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달빛이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무생각 없이 누워있는 시간이 평화로웠다.
Lombok is Lov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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