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결혼식을 이 곳에서 하고
1년 4개월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보여지는 결혼식은 좋았지만
그것을 제외한 것들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서
안 좋은 기분으로 몇 번을 찾은 후에 발길을 끊었었다.
신랑 신부도 모자라서 우리를 담당했던 지배인까지
결혼식 다음날 호텔 사무실에 앉아 손을 붙잡고 꺼이꺼이 울었고
집 어른들도 이건 손배를 청구해야 한다파와
새출발자리부터 송사에 엮어서 좋을 필요가 없다파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일정도였다.
뭐 그렇게 결국 흐지부지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고
그저그런 감정들이 마음 한켠에 남아있을 무렵
결혼 1주년 기념 식사권이 집으로 날라왔다.
그 쿠폰을 들고 다시금 호텔을 찾았다.
나는 결혼식 이후에 이곳에서 2박을 했고,
사향은 일본 가족과 함께 며칠을 더 보냈었다.
결혼식장 계약을 하고 시식을 할 기회도 있었고
밥을 먹을 기회가 많았는데,
나는 단 한번도 이곳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사향은 세번정도 밥을 먹었다는데,
그다지 맛이 뛰어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올까말까 엄청 고민을 하다가
쿠폰을 받고 한참이 지난뒤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
1층에 있는 레스토랑 GREETS.
여전히 모던한 인테리어는 보기가 좋다.
홈페이지에는 뉴욕 레스토랑의 레트로풍을 느낄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왜 스페인 국기가 걸려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토요일 저녁에 방문했고
토요일에는 6시와 8시 2부제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온 친구까지 총 3명이 미리 예약을 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이 시간까지 잘 몰랐는데,
이 날 빼빼로 데이였다고한다. 그래서인지 커플이 꽤 많았다.
6시타임은 이미 풀부킹이었다고한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으러 간다.
각 음식들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잘 보이는 곳에 안내가 되어있다.
알러지가 있는 사람을 위해서 알러지와 관련한 안내도 있는데
우리는 못 먹는게 없어서 관심도 없다ㅋㅋㅋ
오픈키친 형태로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쉐프들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접시에 올려둔다.
다른 음식보다 스시가 정말 좋았는데
부페에서 이 정도의 스시맛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스시가 소울푸드인 사향과 일본친구도 스시를 칭찬했다.
더불어 사향은 글래드 호텔 결혼식에서 제공하는
코스요리보다 이 부페음식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값은 이곳 부페가 더 싼데ㅋ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많아서일까
우리는 맥주와 와인을 곁들여서 마셨다.
1인당 만원 안팎에 무제한으로 맥주 또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꽤 저렴한 편이다.
과일이 없는게 아쉬웠지만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이 빼빼로데이라고 빼빼로를 오늘의 디저트로 내어놓은 센스가 좋았다.
음식이 맛있어서였을까
사향은 그간 쌓여있던 글래드에 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ㅋㅋㅋ
사향과 나는 글래드 결혼식 후기를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상 고민중이다.
왠지 이곳에서 결혼하지마세요!!!라는 말을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그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꺼낼 것 같아서.
시설보다 직원들의 태도와 교육때문에 많이 화가 났었는데
그때 글래드측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해주면 기분이 나아지겠냐는 말을 물었었다.
우리는 충분히 금전적인 보상도 원할 수 있었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와 같이 결혼식을 하고 실망하는 커플이 생기지 않게
직원들의 교육에 더 힘써주고
언젠가 우리가 이곳을 또 오게되었을때 변화된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들은 흔쾌히 약속을 했고 총지배인에게 연락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보여지는 것들에 비해 서비스는 아쉬웠다.
앳된 얼굴의 스태프가 서빙을 잘 하지 못하자
우리 테이블로 온 직원분은
'저 친구가 알바생이라 잘 응대하지 못해 죄송하다' 라고 말을했다.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이 알바생과 직원의 테두리를 나눠서 생각한다는 것이
알바생이라 잘 응대하지 못한다는 것을 떳떳하게 말한다는 것이
자신과 같이 일하는 동료를 낮춰 말하는 것이
아직 글래드가 더 발전해야 하는구나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아직 다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의 좋지 않았던 점을 열거해 볼 생각이다.
밥 맛있게 정말 잘 먹었는데... 무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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