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행/15일간의 유럽, 드디어 로마로 출발!

드디어 출발일이다.

여행을 가야겠다고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고

3월 18일에 발권을 완료한 후

5월 9일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간다.

유럽은 2007년에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엄마 덕을 많이 봐서 다녀왔는데

다녀온 후에 엄마가 더 늙기전에

꼭 모시고 다녀와야지라고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버킷리스트를 지우는데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졸업도 해야하고 취업도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결혼도 해야하고,

마음속에 계속 품고는 있었지만 

엄마와의 유럽여행은 항상 후순위에 있었다.

이제 사향과 나도 아이를 생각해야 할 때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이가 생겨버리면 향후 몇년간 장기간 여행은 불가능해지고

그러다보면 엄마가 더 늙으실까봐

조금 무리해서 여행을 추진했다.

그간 열심히 모은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비행기는 아시아나 보너스항공권으로 구입

그런데 세명 유류할증료가 60만원이라니ㄷㄷㄷ

어찌보면 효도여행과 다름 없으니까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샀지만

비지니스 라운지도 이용을 한다.

이때는 몰랐다

라운지는 출국보다 귀국때가 유용하다는 것을ㅋ

나는 앞으로 보름간 

두명의 여자를 안전하고 재미있게

모셔야 된다는 생각에 

계속 긴장+걱정 상태였다.

영어를 전혀 못하던시절

별 계획도 없이 가이드북 하나 달랑 들고 떠났던

배낭여행이 오히려 걱정이 없었던 것 같다.

사향은 시어머니와 보름간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압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엄니는 최고 신나신 것 같다ㅋㅋㅋ

우리는 엄마덕에 공항에도 

출발시간보다 3시간 이상 일찍 도착했다.

미리 앱으로 신청해 둔

유로화 스위스프랑을 찾고

면세점 쇼핑도 하고

택스리펀도 받고

라운지에 들어와 간단히 밥을 먹는다.

라운지에 앉아서 환전한 돈을 봉투에서 꺼내 정리를 하는데

계속 100유로가 빈다.

창구에서 정확히 확인하고

봉투에 담았는데 이상하다.

몇번을 다시 세어보면서 멘붕에 빠져있는데,

그 때 라운지를 청소하시던 스태프님께서

테이블 아래에 돈이 떨어졌다고 알려주셨다.

사실 우리가 떠난 뒤에 그분이 슬쩍 주워가셨어도

아무도 몰랐을텐데...

세상은 아직 살기가 좋은 것 같다.

사향은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아서

흥분해 있는 것 같다며

조금 진정하라고 한마디 날린다.

아시아나가 어느덧 30주년이라고 한다.

아시아나는 항상 젊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구나-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우리 둘 시그니쳐포토.

뭔가 똑같은 구도로 찍고 싶은데

찍을때마다 달라서 좀 속상하다.

처가를 갈 때 FSC를 타게되면 

김포공항을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LCC로 가기때문에

인천공항에 와서 모노레일을 타지 않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모노레일만 타지 않아도 엄청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까

이미 탑승 수속이 시작되고 있었다.

유난히 단체 관광객이 많아 보였고

줄이 엄청 길었다.

우리는 줄이 줄어들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가

천천히 탑승했다.

열심히 만든 셀프 가이드 북이

제 몫을 온전히 해줬으면 좋겠다.

http://kayasa.tistory.com/91

셀프가이드북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 있다.

비행기에 느긋하게 탑승했던 이유는,

우리 자리가 비상구석이었기 때문이다.

앞에 아무도 없으니 선반도 나름 여유있게 쓸 수 있어서

굳이 빠르게 탑승 할 필요가 없었다.

아시아나 인천-로마를 운행하는

OZ561편은 이코노미 좌석 배열이

3-3-3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향과 둘이 갔으면 불편했을 좌석배열이지만

우리는 세명이라서 좌석배열이 맘에 들었다.

3-3-3 좌석배열을 맘에 들어 할 날이 올 줄이야ㅋㅋㅋ

이렇게 보니까 유럽이 멀기는 멀구나.

북한쪽을 이용해서 철로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 KTX최고 속도인 300Km/h로 쉬지않고

그것도 직선거리로 달린다고 해도

30시간이 걸린다는 소리다ㄷㄷㄷ

실제 비행시간은 12시간 30분이 걸렸다.

엄니를 위해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이 좌석을 요청했는데

비상구 좌석의 치명적인 단점,

어떤 짐도 좌석아래에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까먹었다.

엄마나 사향이나 짐이 많은 사람들이라ㅋㅋㅋ

짐을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니까

그것때문에 엄청 불편해 했다.

역시 완벽한 것은 없나보다.

기내식을 먹고 났더니 취침모드로 만들어준다.

출발전에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오전부터 분주히 다녀서 피곤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리도 이상하게 불편하다.

한참을 비행한 것 같은데

아직도 한참 남았다.

잠도 오지 않고 몸도 찌뿌둥해서 

비행기 제일 뒤편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방해 되지 않게 창문을 열고

햇빛 구경도 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데

일단 미세먼지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다.

요새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ㅠㅠ

그리고 시베리아 어디 상공쯤 날고 있는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창밖을 즐기고 있는데

왠 다른 탑승객분이 말을 거신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셨는데

어디에 가냐 누구랑 가냐 하는 그런 질문들이다.

뭐 이래저래 해서 어디어디 간다고 대답했는데

돌아오는 말이

자기도 남편이랑 오면 좋겠지만

남편은 항상 바빠서 혼자 여행 다녀오라고하면서

여기도 갔다왔고 저기도 갔다왔고

랩퍼처럼 자기자랑이 이어진다.

그런데 웃기는건

이번 여행은 패키지로 가는데

어디를 가시는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어디서 타시는지도 모르신다.

8박 10일동안

로마를 시작으로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피렌체 피사 밀라노

니스 모나코 베네치아 등등을 가신다는데

과연 가능한 일정인가 싶다.

더 듣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고 자리로 도망을 온다.

자리로 돌아오니 마지막 기내식이 나온다.

그리고 로마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늘이 맑다보니 지상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가 여행하는 15일동안의 일기예보에

비가 태반이 넘었는데,

맑은 날씨를 보니 반갑다.

로마 공항에 다다를 무렵

모니터에 아시씨가 나왔다.

아시씨는 사향과 내가 데이트를 함에 있어서

나름 도움을 준 매개체이기도 하고

우리가 한국에서 첫 끼니를 함께한 식당이기도 하고

내가 사향에게 프로포즈를 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아시씨를 끼워넣고 싶었지만

일정상 도저히 무리라서 

끝까지 손에 쥐고 있다가 뺀 도시다.

그 도시를 비행기에서나마 만나서 반가웠다.

곧 로마에 착륙을 하면

본격 유럽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