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의 로마는 망으로 시작해서 망으로 끝나는구나ㅠ
잠깐 자려고 누웠는데 거의 5시간을 잤다.
그래서 일어난 시간이 10시ㅋㅋㅋ
엄마는 진작에 일어나셨다고 하는데
나랑 사향이 너무 잘 자서 안깨우셨다고.
엄마가 나가시기 싫었던건 아니시겠지
시간이 늦었지만 야경을 안 볼수는 없다.
어디든 낮과 밤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니까.
그리고 우리 트레비분수도 못갔잖아요!!!
앞서서도 말했지만
여행은 볼 수 있을 때 봐야하고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
이따가? 내일? 그런 생각하다가는 영영 못 만난다.
차라리 이따가 한 번 더, 내일 한 번 더라면 모를까.
아무튼 간단하게라도 야경을 보기로 한다.
동선이 엇갈리는 콜로세움은 버리고ㅠㅠㅠ
콜로세움 한가할 때 다시 온다고 했었는데-
아침에 갔던 동선을 따라서
스페인광장과 트레비분수를 보기로 하고
후다닥 출발한다.
티켓을 펀칭한 시간이 22시 24분.
뭔 낮잠을 이렇게 늘어지게 잤는지 한심하다.
아침과 낮에 비해 전철에 사람도 없고
관광객의 차림은 더욱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사향이 불안해 할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소매치기등에 굉장히 긴장한 시간이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스페냐역에 도착.
그나마 사람이 많아져서 조금 안도했다.
밤이 늦은 시간이지만 스페인 광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금요일라서 불금을 즐기려는 이탈리아노들도 많았나 싶다.
↑↑↑↑↑↑↑사진 클릭↑↑↑↑↑↑↑
아침에 이곳에 와서 바르카차 분수에 떠 있는 장미를 보고
로맨틱함을 느꼈었다고 했는데...
우리가 바르카차 분수 앞으로 가자
이민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장미를 한다발 들고 와서는
사향과 엄마에게 장미를 한송이씩 건넨다.
우리는 시간이 없기때문에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돈이 없으니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말을했는데
계속 말을 걸어온다.
다시 한 번 '돈이 없다' 라고 확실히 말을 했지만
누구와 왔냐 어디서 왔냐 계속 묻는다.
자기도 방글라데시 출신인데 아시아인은 다 친구라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이 온 모습이 예쁘다며
선물이니까 받아달라고 귀찮게 한다.
결국 사향과 엄마가 마지못해 한송이씩 받았는데
그 때부터 돈을 달라고ㅋㅋㅋ
1유로라도 달라고 아무 코인이라도 달라고 떼를 쓴다.
역시.. 괜한호의는 없지.
우리는 장미 필요 없다고 다시 가져가라고 그에게 돌려주고 간다.
처음부터 1유로에 사라고 했으면 샀을지도 몰랐는데...
오전의 로맨틱한 감정이 싹 달아나 버리는 순간이다.
짧은 야경의 시간동안 스페인광장보다
트레비 분수에 더 큰 목적이 있었기때문에
계단은 올라가지 않고 트레비분수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낮과는 확실히 다른 로마의 밤 분위기.
로마 야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골목골목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 아름다움을 불과 몇시간밖에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다.
오전에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걸었기 때문에
전혀 헤맬 일이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 경찰과 군인이 보여서
크게 위험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낮과는 너무나 다른 로마의 밤분위기에 취해 걷다보니
금새 트레비에 도착했다.
트레비분수는 로마의 대표 관광 코스답게
밤에도 엄청나게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가이드님도 소매치기를 제일 조심해야 할 곳이 트레비 분수라고 했고,
우리 앞에 한무더기의 가이드투어가 있었는데
그쪽 가이드님도 큰 소리로 가방 앞으로 메시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근데 뭐 우리는 핸드폰말고는 그들에게 줄만한게 없어서 안심이다.
자다가 일어나서 정신 없이 왔지만
동전은 잘 챙겨 온 우리팀 총무님ㅋㅋㅋ
사람이 엄청 많아 보였지만 의외로 분수 제일 앞까지 가는것이 어렵지 않았다.
분수 앞에 빈자리도 많았고.
트레비 분수 앞에서 누구나 한다는 동전 던지기를 한다.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동전을 두 번 던지면 연인과의 소원이 이루어지며
동전을 세 번 던지면 힘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트레비 분수의 동전던지기.
오른손으로 동전을 왼쪽 어깨너머로 던져야 하는데
이 분들 왜!!! 그냥 오른쪽 어깨너머로 던진거야!!!! 아이고
아무튼 10년 전 쯤 이곳에서 동전을 던져서
로마에 다시 올 수 있었고
힘든 소원인 엄마를 모시고 오는 소원도 이루어졌으니
나름 효과가 있는 동전던지기인 것도 같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잘 던졌으니까
언젠가 이곳을 다시 올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신나게 동전 던지기도 하고 인증샷도 찍고
트레비 분수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서 충분히 시간을 보냈는데
아직 11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기에도 애매하고
어디를 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면서 조국의 제단으로 야경 마무리를 하기로 한다.
버스 정류장 앞의 핑크빌딩.
조명도 모두 핑크핑크하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반대쪽은 버스가 많이 다니는데 이쪽은 버스가 안온다.
대부분의 버스가 베네치아 광장을 가니까
먼저 오는 버스를 붙잡고 기사님한테 베네치아 광장 가냐고 물어본다.
기사님은 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키면서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뭐라고 하신다.
아마 뒤에 오는 버스를 타라는 말 같다.
우리는 그래서 다음 버스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탔다.
그.런.데.
도착부터 계속 되어 온 로마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버스를 반대로 탔다!ㅠㅠㅠㅠㅠㅠㅠ
기사님이 손가락으로 뒤를 가르킨 것은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라는 뜻이었던 거다.
아아아 너무도 친절하신 기사님의 깊은 뜻을 몰랐네.
결국 우리는 몇정거장 가서 버스에 내려 반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로마 버스는 대부분 자정이 막차였고
자정 이후에는 심야버스가 다니지만 노선이 애매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
잘못 운행을 했던 시간까지 합치니 이미 자정이 넘었다.
아쉽지만 근처에 있는 전철역을 찾아서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메트로 출구에 외롭게 놓인 맥주병이
어딘지 모르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기분이다.
15일간의 유럽여행의 첫 도시 로마.
도착한 날 픽업부터 숙소 그리고 야경투어까지
이상하게 계속 꼬이고 날씨도 변덕스럽고
생각보다 엄마의 체력이 좋지 못해서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이 되었다.
사실 예전에 왔을때 가장 별로였던 곳이 로마였기때문에
로마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많았는데
그 죄를 받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렌트카로 움직이기로 했고
파리로 가기전까지 일주일정도는 여유로운 일정이라
엄마의 체력이 여행에 익숙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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