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둘째 날의 첫 일정은 조토의 종탑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오모 통합권은 한국에서 출발 전에 예약을 했고
두오모 시간도 오후로 예약을 해놨다.
어젯 밤 두오모를 보면서 뛰던 가슴이 멈추기 전에
누구보다 빠르게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기로 한다.
피렌체에 잡은 에어비앤비 건물의 정문을 나서면
이렇게 거대한 쿠폴라와 마주할 수 있다.
어려서 보고 자란 로보트 태권V 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렇게 위압감을 주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혹시나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많을까봐
숙소에서 8시에 나왔는데 다행히 줄을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피렌체 조토의 종탑의 입장 시작시간은 8시 30분이다.
오후에 두오모 쿠폴라를 오르기로 했기때문에
어머니는 체력충전을 위해서 숙소에서 쉬시기로 했다.
사향 역시 어제 시에나에서 만자탑을 올랐고
오후에 쿠폴라를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혼자서만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로마 사투르니아 시에나를 거쳐서
6일차인 오늘,
이 곳 피렌체에서 처음 혼자인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혼자 조토의 종탑 입구 앞에 줄을 서 있는데
저기 벤치에 앉아있던 여자 관광객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에게 다가온다.
종탑에 올라가는 티켓은 어디서 사야하냐고.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기때문에
피렌체에서는 어디서 구매해야 할 지 잘 모른다고 설명을 해줬는데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못 믿겠다는 듯 자꾸 저렇게 힐끔 거린다.
어쩌면 소매치기였을까? 싶기도 하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조토의 종탑도 쿠폴라도 상당히 멋지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항상 저 것보다 높은 아파트 숲에서 살아서인지
아니면 이탈리아에 적응을해서 높은 빌딩을 보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넘치는 아드레날린덕분에
금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제일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생수 한 병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근처 쿠키샵에서 물을 하나 사왔더니만
어느새 내 앞에 사람이 많아져 버렸다.
1등으로 종탑에 오르고 싶다는 미션은 실패다.
종탑을 오르는 중간중간 창문이 많이 있는데
그 창문으로 쿠폴라를 계속 보면서 올라갈 수 있다.
일출 시간과 겹치는 지라
쿠폴라 뒤에있는 태양이 마치 쿠폴라의 후광처럼 느껴진다.
처음보다 계단이 짧아지고 커브가 많아지는 것이
점점 더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조토의 종탑 답게 종이 있는 곳에 올랐다.
Alla Terrzza.
테라스라는 이탈리아어가 보인다.
옥상 테라스를 뜻하는 말이겠지.
사실 꽤 높이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전혀 힘들지가 않다.
조토의 종탑 계단은 414개로
아파트 25층 정도의 높이인데,
어디서 이런 체력이 나오는지 정말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가면
마지막에 누가봐도 옥탑방 같은 공간이 나오고
저렇게 테라스로 나가는 계단이 있다.
테라스로 나가는 출입구는 양쪽으로 두 곳이 나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
모두 자석처럼 쿠폴라가 있는 쪽 계단으로 끌려나간다.
조토의 종탑 정상에서 만난 쿠폴라.
조토의 종탑 꼭대기에는 아쉽게도 새장처럼 철창이 둘러 있어서
시야가 그렇게 좋지 못하다.
그래서 시원하게 쿠폴라를 보지 못하지만,
아래서 보는 쿠폴라와 정면에서 바라보는 쿠폴라의 느낌은 정말 다르다.
저 건축물을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이 나오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저 저 돔을 바라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만 하기에도 감정이 벅찼다.
아쉬운 것은 해가 뜨는 시간인지라
두오모 쿠폴라가 역광에 딱 걸쳐버렸다.
오렌지 빛의 예쁜 돔을 만나지 못하고
거무죽죽한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기회가 닿아서 피렌체를 다시 찾는다면
조토의 종탑은 석양이 질 무렵에 올라야 할 것 같다.
석양시간의 쿠폴라를 이곳에서 보지 못했지만
왠지 지금의 쿠폴라보다 더 멋질 것 같은 확신이 생긴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조토의 종탑이 엄청 잘 보인만큼
이 곳에 올라오니 우리 숙소가 어마어마하게 잘 보인다.
사향에게 전화를 걸어 창문으로 손을 흔들어 보라고 한다.
가까이 있지만 닿지 못하는 쥰세이에 빙의를 해본다ㅋㅋ
조토의 종탑을 한 바퀴 쭉 돌면서 피렌체의 전경을 감상한다.
고풍스러운 지붕을 가진 집들 사이로 어울리지 않게 생긴 기차도 지나가고
생각보다 높고 큰 베키오다리도 보인다.
종탑을 한바퀴 돌고 오자
쿠폴라 위에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이 보인다.
저들도 어젯밤 나처럼 누구보다 먼저 쿠폴라를 올라가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는 동질감이 느껴져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본다.
이 곳에서 내려가기 싫은 마음에
종탑 꼭대기를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또 돈다.
82미터, 414계단을 가진 조토의 종탑 스펙.
오후에 오를 두오모 쿠폴라는
92미터 463계단으로 조토의 종탑보다 조금 더 높다.
올라오면서 들렀던 옥탑방.
마지막으로 쿠폴라와 인사를 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올라갈 때 본 쿠폴라보다
햇빛이 더 많이 들어서 빛깔이 더 예뻐졌다.
그래서 다시 올라갈까 고민이 많이 된 타이밍이다.
조토의 종탑은 아침 일찍 올라갈 수록 망하는 것 같다ㅠㅠ
베키오 다리.
저 곳에서 조토의 종탑과 두오모를 같이 보면 꽤 아름다울 것 같다.
조토의 종탑 1층에는 아주 조그마한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두오모 쿠폴라 모양으로 생긴 우산을 판매한다.
피렌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우산인데
피렌체를 다녀온지 석달 이상이 지난 지금도
저 우산이 눈에 밟힌다.
두오모 우산 가격은 19유로.
어느새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고
근처 카페들도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불과 몇시간만에 다시 활기찬 관광지로 변해있는 피렌체다.
오후에는 두오모를 올라갈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엄마와 사향의 외출준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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