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
사향은 나에게 일본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나는 노천온천을 즐기고 스시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향이 이러이러한 곳을 갈 것인데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었고,
나는 슬램덩크의 배경과 '태양의 노래' 촬영지에 가보고 싶다 했다.
오전내내 쉬지도 않고 쇼난의 해안을 둘러보느라 지친 우리는
예약한 스시집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다시 에노덴을 타야 하는데, 사향이 또 길을 헤맨다 하하하.
저기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갔으면
'카오루'의 집을 만났을텐데... 우리는 직진을 해버렸다ㅠ
'태양의 노래'는 군대 시절에 소설로 먼저 읽었다.
반쯤 헐벗은 누나들이 나오는 '맥심' 과 'GQ'가 판을 치던때에
나는 왜 그 감성터지는 소설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왠지모를 끌림에 이끌려 읽은 책이 내 감성과 잘 맞았고,
전역을 하고 소설속의 카오루는 어떤 아이였는지 코지는 또 어떤 남자였는지 궁금해서
DVD로 본 기억이 있다.
그렇게 '태양의 노래'는 내 인생작품중 하나로 남아있다.
사향이 원래 가려던 에노덴 역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다른 에노덴 역을 찾았다.
마을이 워낙 조용해서 저 멀리 열차가 다니는 소리가 잘 들렸고,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갔더니 '고쿠라쿠지'역이 나왔다.
그 역 앞엔 일본의 유명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있었다.
드라마 일을 하는 나에게 사향은 기념이 될 지 모르니 사진을 남기라고 했다.
그리고 1년 반이 흘러,
이 사진은 나와 사향,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2016/12/13 - [#결/한장의 추억] - 20150111@가마쿠라
자세한 설명은 윗 링크로 대체한다ㅋㅋㅋ
스시집이 있는 에노덴 유이가하마역에 내렸다.
가마쿠라 코코마에역도 역무원이 없는 작은 역이었지만,
이 역은 오늘 들른 에노덴 역중에 가장 작은 역이다.
누가 보면 선로에 무단으로 들어간 사진 같아 보이겠지만,
역 앞에서 선로를 건너는 횡단보도와도 같은 곳일 뿐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질서를 잘 지키고 있었다.
유이가하마역에서 조금 걸어가자 우리를 맞이해 주는 사인이 나왔다.
우리가 가는 스시집은 유이가하마역과 하세역 중간쯤에 있었다.
하세역보다는 유이가하마역쪽에 조금 더 가까웟다.
바닥에 있는 안내도가 친절하고 귀여웠다.
이곳은 유이가하마역의 다운타운이라고 해야하나.
마치 한국의 어느 작은도시 면사무소 앞과 같은 로컬느낌이 난다.
그러면서도 도리이와 인력거라는 일본의 상징도 보여준다.
스시집에 도착을 했지만,
사향은 우리의 예약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거리를 조금 더 둘러보자고 한다.
우리네 보통의 생각은 예약한 식당에 10분정도 일찍 도착했다면
식당에 들어가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빈자리가 있다면 자리에 앉을텐데-
일본인들 특유의 약속을 잘 지키는 문화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를 비로소 체험했다.
메뉴와 함께 사진도 준비해있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나는 사진 위에 있는 전형적인 스시인 특상니기리,
사향은 특상치라시를 주문했다.
메뉴는 일본어 밖에 없었지만,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구나' 라는 얕은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생맥주도 한 잔 주문한다.
마음은 사케를 마시고 싶지만,
대낮부터 고주망태가 될 수는 없으니...
사향이 시킨 치라시.
우리가 흔히 먹는 스시보다 더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 오기 전부터 언제나 항상 기대하던 스시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동안에도 손님이 계속 들어와서
눈앞에서 주방장(타이쇼)은 계속 스시를 말아쥐었다.
나이가 꽤나 지긋하신 분이었는데,
그분의 손과 칼에서 연륜이 느껴져왔다.
아마 주머니가 넉넉했다면
스시를 한 접시 더 먹었을거다.
왜 나의 주머니는 항상 빈곤한것인지...
아쉬운 배를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로 간다
Kamakura Kohanasushi, 가마쿠라 고하나 스시
에노덴을 타기위해 유이가하마역으로 가는길에 만난 에노덴.
정말 로컬의 느낌이 강하다.
도쿄에서 불과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이런 로컬의 느낌을 간직한 곳이 있다는게 그저 신기했다.
가마쿠라역으로 가는 에노덴.
가마쿠라 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넘쳐났다.
일본의 성년의 날 연휴다보니 거리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종점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나타난 에노덴의 상징 두꺼비ㅋㅋㅋ
가마쿠라 역은 에노덴 뿐 아니라 JR도 다녀서 인지
오늘내 걸었던 거리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시계탑!!
태양의 노래 도입부와 엔딩에 나온 장소다!!!
이 길거리도 역시나...
곳곳에서 영화를 느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에노덴을 나오면 개찰구가 두개가 있는데,
좌측 개찰구로 나가면 시계탑과 지하도를 만날 수 있다.
우측 개찰구로 나가면 바로 코마치 거리로 나갈 수 있다.
가마쿠라 역에 온 이유는
'카오루' 도 있었지만,
쓰루오카하치만궁을 보러 온 이유가 가장 컸다.
날이 날이니만큼 쓰루오카하치만궁으로 가는 길인
코마치 거리는 상당히 붐볐다.
그리고 도착한 쓰루오카하치만궁.
사람이 정말 많다.
일본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남아는 31일, 여아는 33일이 되면(보통 한달즈음해서 간다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근처 절이나 신사에 가서 건강을 빌어준다고 한다.
사향은 이 쓰루오카하치만궁에서 건강을 빌었다고 한다.
저위에 올라가야 비로소 무언가를 기원할텐데,
사람이 많아서 인원의 제한을 두고 있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계단 밑에서 줄을 서서 일정인원씩 올려보낸다.
기다리다 한나절이 지날 것 같아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가기로 한다.
어제도 만났었던 일본식 식혜.
한국 산자락에 가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막걸리 같은 느낌이다.
코마치거리부터 가마쿠라 역까지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가마쿠라 역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열차를 하나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에노덴을 타고 우리는 하세역에 도착했다.
하세역에는 대불이 있어서 이곳 역시
새해를 맞아 각자 무언가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버지와 대불을 찍어주는 꼬마 아가씨.
대불을 프레임 안에 다 담아내기 위해 무릎까지 꿇은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대불을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
노을을 보기 위해 에노시마로 간다!
하세역으로 가는길에 만난 청설모.
저 멀리 누군가도 선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에노시마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가 좀 늦었을까, 이미 저 멀리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에노시마에서 태양의 끝자락이라도 잡아보기 위해
마음에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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