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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유럽

16일간의 유럽,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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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졸업을 한 학기 앞둔 6월,

취업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6개월간 인턴 비슷한 일을 하게 되었다.

8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 중순까지.


첫 출근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남았는데,

엄마가 배낭여행이나 다녀오라며 뽐뿌를 제대로 넣어주셨다.


그전에도 혼자 해외여행은 두번이나 갔었지만

두 번 모두 그 지역에 이민간 친척들이 살고 계셔서

생필품을 배달할 겸 동네 구경도 할 겸 해서 갔던 기억이다.

중고등학생 시절이라 배달료보다 비행기표가 더 쌌을 것 같다.

내 덩치보다 큰 짐을 여러개 들고 세관을 통과할 때,

그곳을 지키고 있던 체격좋고 유니폼 입은 아저씨 아줌마가 엄청 무서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그건 여행도 아니었다.

영어도 할 줄 몰랐고 혼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

누가 같이 외출을 해주지 않으면 문밖을 나서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해외여행은 나에게 두려운 무엇인가였는데,

엄마의 그 말이 엄청 솔깃했다.

돈이야 두어달 후에 월급을 받아서 갚으라고 하시고

경비까지 미리 지원을 해주실테니 빨리 다녀오라고.


그때 유럽을 가지 않았었다면-

쉽게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을지,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은 했을지,

사향을 만나서 결혼을 할 수는 있었을지...


어쩌면 그 때 그 배낭여행은 내 인생에 큰 변곡점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여행을 잘 다녀오고

엄마에게 사진과 함께 여행기를 들려드릴 때

당신의 그 소녀같은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가보고 싶지만 가고 싶다고 쉽게 말 할 수 없는 그 마음.

그리고 그 때 다짐을 했다.


엄마가 더 늙기전에, 열심히 유럽을 걸어다닐 수 있을때

그 때 꼭 유럽 모시고 가야지라고.


그리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훨씬 지났다.

결혼을 했고

아직 부족하지만 어느정도 커리어도 쌓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가정을 제대로 꾸려야 할 때라

자칫 사향이 임신이라도 하면 장시간의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지겠지-

그래서 급하게 유럽여행을 추진했다.


5월 출발 비행기를 3월말에 구입했으니

어찌보면 첫 유럽여행보다 시간이 더 촉박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일리지 티켓이 남아있다는 것!


아시아나 로마 인 파리 아웃 마일리지 티켓.

첫 여행때 직항으로 유럽에 온 여행객들이 괜시리 부러웠는데,

나도 간다 직항으로.

그런데 유류할증료랑 세금 너무나 비싸다-

셋이서 60만원이라니까 보너스항공권으로 가는 느낌이 전혀 없다.




티켓을 사고 근 2주간 열심히 일정을 짰다.

엄마는 처음에 무조건 따라만 다닌다고 하셨는데,

막상 가게 되니까 그래도 가보고 싶은곳이 있는 것 같다.

친구 누구는 어디를 갔다더라 이런말도 하시고.

유럽을 다녀오셨는데,

확실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을만한 장소는 꼭 넣어야겠지.


사향도 무조건 시어머니에게 맞추는 일정을 짜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테호른은 꼭 넣어달라고 한다.

고부가 모두 다 따라온다면서 은근 요구하는 것이 많다.


최대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맞추고

이러저러한 동선을 맞춰서 일정을 짜봤다.



아직도 세부적으로는 수정할 것이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그렇지만

큰 틀이 나와서 뿌듯하다.


한국-유럽 비행기표 예약 완료.

로마-밀라노 렌트카 예약 완료. 알프스를 두번이나 넘어야 하는데 수동이고 혼자 다 운전을 해야해서 걱정.

밀라노-파리 비행기표 예약 완료. 렌트카 오피스가 7시에 여는데 9시 비행기라서 이것도 걱정.


이래저래 걱정이 많지만

뭐 가면 다 되겠지.

그때도 그랬으니까.


잘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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