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여행의 첫 도시 파리.
항공권 구매일 부터
비행기를 타는 날 까지 10일도 걸리지 않았었다.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한달 반 정도의 여유가 생겼고
어머니의 강한 추천과 지원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유럽은 내게 그저
'어느 곳을 꼭 가봐야겠다 보다는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와 같은 막연한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유럽을 간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야할 지 완벽한 백지였다.
먼저 제일 가보고 싶은곳부터 리스트업을 해본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손예진의 포카리스웨트 광고덕에
그곳만은 꼭 가고 싶었다.
산토리니를 우선에 넣고
가이드북을 바탕 삼아 일정을 짜는데
맘에 드는 루트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다보니
성수기에 물려있는 항공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남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루트에 맞춰
파리 인 - 프랑크푸르트 아웃으로 항공권부터 사둔다.
파리는 런던과 더불어 가고 싶지 않은 도시였다.
이유는 없었다.
어린시절 3분단 세번째에 앉아있는 친구가
이유없이 싫었던 그것과 비슷하다.
그냥 가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행 비행기를 샀으니 파리 구경은 해야겠지.
모나리자 정도만 보면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파리에 도착을 해 있었다.
한국인 민막에서 머물렀는데
여자 배낭여행객과 같은 시간에 체크인을 했다.
샤워를 하고 그냥 쉬고 싶었는데
파리의 여름해는 무지하게 길었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해가 중천에 걸려있었다.
자연스럽게 체크인을 함께한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일정에 맞춰 민박집을 나선다.
그 분은 나와 다르게 너무도 완벽한 플랜을 가지고 오셨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빼곡히 적은 약도와 일정표를 들고
파리의 첫날 일정을 클리어 하러 움직인다.
나는 좋은 가이드를 얻은 셈치고
쫄래 쫄래 뒤를 따라 나선다.
첫번째 목적지는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에펠탑...
에펠탑의 그 흉물스러움을 보기 싫어서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만 찾는다는 유명인이 있다고 했는데-
그 에펠탑을 꼭 보러 가야하나.
그것도 파리의 첫 일정으로!
라고 속으로 궁시렁 거렸지만
나는 파리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냥 따라간다.
그리고 전철에서 내려서
모든 인파가 걸어가는 방향
사람이 쏟아져 오는 그 쪽 방향으로 걷는다.
그리고 건물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나온 에펠탑의 모습,
지금도 그 감흥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무말도 할 수 없이 소름이 돋는 듯 한 그 기분.
생각보다 훨씬 키가 크고
훨씬 아름다운 모습의 에펠탑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소개팅을 나가서
카페에 앉아 상대방은 어떤 사람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포카리 스웨트의 손예진이 들어온 기분일까.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다.
이 에펠탑을 나는 왜 무시를 하고 있었는지,
왜 파리를 목록에서 빼려고 했으며
그 중에서도 에펠탑은 더더욱 밀어냈었는지-
그 생각을 하면서 얼릉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더 예쁘고 온전하게 보이는 에펠탑 사진도 많지만
이 한 장에 담겨 있는 추억만은 못할 것 같다.
이 후 파리를 떠날 때 까지
매일 에펠탑을 보고 다녔다.
그리고 다음 유럽여행에서 파리를 찾았을 때도
역시나 매일 에펠탑을 봤다.
에펠탑에 담겨있는 2007년 7월 한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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