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배낭여행을 떠나서
정말 우연치 않게 도착한 스페인의 몽블랑이다.
한창 여행성수기인 7월 파리로 도착해서
엄청나게 많은 한인들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두번째 도시인 바르셀로나로 이동을 했는데
여기도 한국인이 너무 많았다.
배낭여행 막바지에는 한국인이 그립고 한국말을 쓰고 싶어졌지만
여행초기인 이 때는 유럽까지 왔는데
수많은 한국인의 인파에 휩쓸리는 것이 싫었다.
영어도 못하는 애가
프랑스어 스페인어 못하는 것도 당연해서
밖을 돌아다니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혼자 이 곳 저 곳을 다녔다.
바르셀로나에서 아마 3일째였던 것 같다.
가이드북에 있는 유명한 곳은 다 가봤고
그저 한국인이 가지 않는 곳을 가보고 싶었다.
유레일티켓이 있으니 바르셀로나 산츠역로 가서
지도와 유레일 타임테이블을 보고 알맞은 시간대의 아무 열차나 잡아탄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열차가 한 시간쯤 가면 종착역이라고 표시가 되어있으니
종착역에서 그냥 내리면 되겠지 뭐.
유명한 시체스 해변을 달리는 기차는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다에 내려놓고
한가롭게 해변을 따라서 달렸다.
종착역에 도착 할 시간이 얼추 된 것 같은데
내가 탄 칸에는 몇몇 사람을 태우고 계속 달리고 있다.
스페인 열차 지연이 잦다더니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인가보다.
기차는 잘 달리는데 지연이라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스페인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겼다.
원래 예정 된 시간보다 30분쯤 더 지났을까?
차장이 티켓을 검사하러 온다.
혼자 여행을 하는 커다란 백도 없는 동양인,
차장은 내가 신기해보였을까 아니면 걱정이 되었을까
티켓을 검사하면서 목적지를 묻는다.
무슨말인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지만
분위기가 여간 이상한게 아니었다.
나는 유레일 타임테이블에 목적지를 가르켰고
그는 엄청 당황을 하며 손짓 발짓으로 나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다른칸으로 나를 안내해줬다.
그 곳에는 영어권에서 여행을 온 가족여행객이 있었다.
짧은 영어로 내가 이해를 한 것은
'지금 이 기차는 내가 내리고자 한 곳을 지났다.
다음역에서 내리면 반대로 오는 열차가 있으니 그 열차를 타고 돌아가라'
는 것이었다.
친절한 가장은 나에게 그가 가진 타임테이블을 찢어주었다.
내가 가진 타임테이블에는 바르셀로나 주변지역의 시간만 나와 있었고
내가 아는 종착역은 그냥 지나가는 역에 불과했다.
그가 알려준 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기다리면 바르셀로나방향으로 돌아가는 열차가 곧 도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역이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MontBlanc.
몽블랑.
내가 아는 프랑스의 그 몽블랑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어쨌든 누구라도 아는 그 이름의 도시에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돌아가봐야 뻔한 관광지가 기다릴테고
그냥 이 도시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역 밖으로 나간다.
정말 타이밍도 절묘하게
Siesta에 걸린 이 도시는 거리에 고양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인포메이션센터도 낮잠시간에 들어갔다.
마을 어귀의 나무그늘에서 아침에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고
작은마을을 둘러본다.
지나는 차도 사람도 없어서 모든 것이 멈춘 이 곳에서
오직 움직이는 것은 나 하나뿐이다.
작은 성곽마을을 전세 낸 것처럼 걷고 즐기다보니
이 곳까지 우연찮게 흘러들어온 것이 행운이라고 느껴진다.
사람이 없으니 소매치기 걱정도 없고
길바닥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셀프타이머로 신나는 기분을 내면서 사진을 찍어본다.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스페인 몽블랑에서의 2007년 여름 한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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