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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한장의추억

20110607@노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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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장마가 잠시 멈췄던 날 친구들과 난지 캠핑장을 찾았다.

그 녀석들은 모두가 커플이었고 나만 싱글이었다.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마치고 우리는 캠핑장 뒤에 있는 노을공원을 찾았다.


날씨가 애매해서 그랬을까, 길이 외져서 그랬을까-

노을공원으로 이어진 계단에는 우리뿐이었다.

계단에는 갯수가 적혀 있었다. 아마 500여개쯤 되었으니 쉽지는 않은 높이였다.


그 계단은 재미있었다.

적외선 센서가 있어서 우리가 지나는 자리에만 가로등이 켜지고,

우리가 지나고 나면 가로등이 꺼졌다.

두 커플 사이의 로맨스에 빠져 있어서일까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의 프로포즈 계획이 생각났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때마다 한강의 야경은 더 아름다워졌고,

커플들 저주 사이에 껴있던 나는 미래의 프로포즈만을 생각했다.

언젠가 프로포즈를 한다면 이곳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5년 2월,

지난 여행에서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교감한 사향이 한국을 찾았다.

나는 사향에게 고백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미리 꽃다발을 사서 아무도 찾지 않을 노을공원 계단에 올라 숨겨두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한 사향을 노을공원으로 납치했다.

정말 예쁜 한강야경을 볼 수 있으니까 보고가자고.


하지만 모든 프로포즈는 완벽할 수 없다고 했던가...

사향이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출국장을 빠져 나온시간이 23시가 넘었다.

에너지절약을 위해 한강의 다리 조명은 23시에 소등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예쁜 한강 야경을 보여주기로 했지만,

다리에 조명이 없는 한강은 예쁘지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센서등 역시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꽃다발을 숨기러 왔을때는 분명 작동했던 센서등이ㅠㅠㅠㅠㅠㅠ


계단도 많고 여독으로 피로하고 추위에 떠는 사향은 숙소로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모르쇠로 정상부근 꽃다발을 숨긴 곳까지 갔다.

그리고 꽃다발과 함께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고백을 했다.


사향의 대답은 Yes였지만,

내가 기대했던 로맨틱함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사향 역시 중간부터 무엇인가 이상해서 내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음을 눈치챘다고 한다.


프로포즈 결과는 성공이라 그 날 우리는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지만,

5년을 기다린 나의 프로포즈계획은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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