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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나날들/한국

결혼기념일 여행, 프레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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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사향은 한국생활에 적응을 하고,

나는 그 동안 두개의 드라마를 끝냈다.


때마침 한가한 시기에 결혼기념일이 찾아왔고,

첫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사향 몰래 사향이 좋아할만한 펜션을 찾아 예약을 하고,

미리 예약케이크도 맞춰서 녹지 않게 차에다 잘 숨겨두고

와인한병도 가방속에 꾹꾹 숨겨서


어디로 떠나는지, 왜 떠나는지-뭐 눈치는 챘겠지만-

그런것들을 하나도 알리지 않은채

1박을 할거니까 그에 맞는 짐을 챙기고

수영복도 챙기려면 챙기고 따라오라고만 했다.


문제는 네비게이션이다.

다행히 네비게이션 언더바에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서

남은 거리로만 사향은 목적지를 유추하기 시작했다.


언뜻언뜻 비슷한 장소가 나올때면

괜히 정답을 알아챌까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목적지 프레임하우스에 도착했다.



프레임하우스 외경은 가는길에 무수히 보였던 펜션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하고 잘생긴 버틀러가 와서 짐을 챙겨준다.

그리고 지배인님이 나와서 체크인을 해주고

어떻게 펜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을 해주신다.

이게 호텔인지 펜션인지...


우리는 프레임하우스에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히노끼욕조가 있는 방을 택했다.

프라이빗 풀이 있는 방은 우리의 방보다 곱절이나 비쌌다.

우리방도 내 기준에서는 싼 편은 아니었는데

첫 인상부터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2층에 있는 현관문을 열고

우리는 연신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리모콘으로 천장 창을 개폐할 수 있었는데,

그 창 덕에 환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환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원룸으로 구성되어있지만,

베드가 있는 공간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실상 투룸이나 다름없다.


뿌리는 모기약, 전자모기향을 비롯해 아이스버킷이며 와인잔이며 없는것이 없다.

심지어 너무나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우리집보다 더 깨끗한 느낌이다;;;

몰래 와인을 챙겨왔는데 부수적인 것들이 다 준비되어있으니

든든한 기분이다.


캡슐커피는 이 모든 것들의 방점을 찍었다.
리셉션에도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있었지만
여유있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분위기 있게 방을 둘러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 같다.




침대를 비롯해 대부분 가구가 원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집과 느낌이 비슷해서 사향이 더 만족해 한다.

방만 보여줬을 뿐인데 이번 여행은 벌써 만족도가 100%가 된 기분이다.






평소에 온천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사향을 위해

히노끼욕조가 있는 방을 택했다.

영월의 경치를 즐기면서 스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두근두근한다.


우리는 물놀이를 위해서 슬리퍼도 챙겨왔는데,

프레임하우스를 너무 얕봤다.

이 곳, 슬리퍼까지 모두 다 준비가 되어있다.




차에 두고 온 짐이 있다고 말하고

결혼 1주년 케이크를 들고 올라왔다.

혹시나 녹지는 않았을지, 차에서 흔들려 부서지지는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케이크를 살때

그 위에 데코를 고객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향은 천편일률적인 한국 케이크를 보고 실망을 자주했다.

때로는 사향과 특별한 분의 생일이면 직접 핸드메이드케이크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런 문화를 이해해주고자 수제케이크를 주문하고 우리의 이름도 넣어봤다.


케이크에 불을 붙여 들고 들어가자

사향은 그제서야 결혼 1주년임을 깨닫는다.

4일 일찍 결혼 기념일 여행을 온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사향은 이곳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와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요시!! 그말을 기다렸다고ㅋㅋㅋ

가방에서 잘 숨겨둔 와인을 꺼낸다.




그, 런, 데!!!!!!!!!

이런 대참사가!!!!!!!!!!!


최근에 사향과 마트에 갔다가 마트 직원이 추천해 준 와인을 한 병 구입했다.

와인을 정말 모르는 나는,

직원 설명중에 '이탈리아산'이라는것만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사향몰래 와인을 챙기면서,

우리가 샀던게 이탈리아산이었지... 라며

병에 이탈리아가 쓰여있는 것만 찾았는데-


그것이 와인이 아니라 이탈리아산 발사믹이었다...

모의고사에서 계속 100점을 받다가 수능을 말아먹을 꼴이 되어버렸다.


의기양양하게 와인을 가방에서 꺼낸 모습이 창피해졌다.



방구경 잘 하고, 서로 한바탕 크게 웃고 주변을 구경하러 나간다.









프레임하우스의 조경은 더할나위 없이 잘 되어있었다.

건물과 가까운곳에는 메인풀이 있고,

뒤뜰이라고 해야할 만한 공간으로 내려가면 계곡이 흐르고 있다.

그 계곡은 프레임하우스의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밸리다!!





프라이빗 밸리로 내려가기 전에는 개별바베큐장이 있다.

풀빌라는 1층에 위치해서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용계단으로 바베큐장으로 내려올 수도 있었다.

바베큐장에는 따로 화장실까지 구비되어있어서 굳이 방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탁구장도 있었다! 정말 없는것이 없다.

























계곡으로 내려가 약간의 물놀이를 한다.

물이 너무나 깨끗해서 바닥에 돌아다니는 물고기가 잘 보인다.

펜션측에서는 각종 물고기잡이 기구와 스노클링장비등도 빌려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온다면 더 좋아할 것 같다.


공기도 좋고, 고요하게 흐르는 물소리도 너무나 좋아서

계속 머물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더 있을 수가 없다ㅋ




계곡에서 계단을 오르면 조그마한 개수대가 있어서 손과 발을 닦을 수 있었다.

곳곳에 펜션의 배려가 숨어있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시내를 다녀온다.

프레임하우스에서 영월시내까지는 왕복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거리가 먼 것을 알기때문에 미리 저녁거리를 준비할까 싶다가도

혹시나 펜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밤에 천문대 구경을 할겸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올 생각에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모든것이 다 기우였다.


펜션에 들어오자 단 한발짝도 나가기 싫었고,

체크인 하고 있는 시간동안에는 그냥 쭉 이곳에만 있는것이

가장 가치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베큐를 몇시부터 하겠다고 말을하자,

이렇게 우리 방번호가 적인 팻말을 개별바베큐장에 놓고 숯에 불을 잘 붙여 주셨다.


프레임하우스 바베큐장에는

수저와 각종식기 그리고 소금 후추 쌈장 고추장 등등 각종 조미료를 비롯해 모든것이 다 있다.

진짜 그냥 집을 옮겨놓은 기분이다.









처음에 모든 한우 한근을 샀다가,

괜시리 걱정이 되어서 차를 돌려 300g의 고기를 더 샀는데,

더 사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둘이서 고기 900g을 먹다니ㄷㄷㄷ

거기다 막걸리에 메밀전병까지.

산 좋고 물 좋고 음식까지 좋으니

먹는 족족 소화가 되었나 보다.








바베큐가 끝나자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바베큐를 하는 팀도 있었고,

수영을 하던 팀도 있었는데 어느새 모두 사라져버렸다.

방도 적은 편이 아니고 주차 된 차를 보면 꽤 많은 투숙객이 있는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동선이 잘 짜여져 있는것인지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라이빗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다.




꿀잠을 자고 있는데,

사향에게 전화가 온다.

바깥 공기가 좋으니까 산책을 하자고.

자기는 벌써 밖에 나와있다고.

더 자고 싶지만, 결혼기념일이니까 일단 나가준다.




공기도 소리도 좋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단다.

자기는 이런 분위기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고.

여행 간다는데 공부할 책을 가져온 것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것도 사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열심히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살려는 모습이 대견하다.








새벽공기를 맞으며 산책을 하고 들어와 조금 더 자려다가

히노끼 앞에 보이는 경치를 보니 그냥 잘 수가 없어 스파를 한 번 더 한다.

창문에 보이는 모습이 잘 그려진 풍경화를 하나 걸어둔 것만 같다.




체크아웃하기가 아쉬워서 체크아웃시간까지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체크아웃을 하러 나와 야외 벤치에 앉아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너무나 친절했던 지배인님과 버틀러에게 우리의 축하케이크 절반을 나눠드렸다.

우리는 이곳을 펜션이지만 리조트나 호텔 같다고 계속 말했는데

깨끗한 시설이나 잘 정돈된 인테리어때문일 수도 있지만

친절하고 교육이 잘 되어있는 듯한 스태프의 서비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여느 펜션과는 다르게 유니폼을 입고 명찰을 하고,

항상 웃고 도와드릴 것이 있냐고 묻는 직원들의 모습에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체크아웃시간도 지났고,

먹을 음식도 다 먹었고,

더 이상 할 것이 없었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일 아무런 일정이 없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 더 있고 싶은 그런곳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온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프레임하루스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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