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막바지로 향해 가던 날,
티비에서 홍천 은행나무 숲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남편이 만성 소화불량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를 위해 강원도 홍천
그 중에서도 저 깊숙한 오대산 자락으로 이사를 떠난다.
근방에 있는 천연기념물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고 해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 곳에 한 그루 한 그루 은행나무 묘목을 심은 것이 어느덧 2000그루가 되고
시간도 흘러 흘러 3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하늘높이 자라있다.
그렇게 개인 사유지인 이곳이 예쁜 숲이 되어 찾는 사람이 늘자
10월 한 달간만 일반인에게 개방을 한다고 한다.
은행나무의 노란 모습도 예쁘지만
그 이야기도 아름다워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짐을 챙겨 은행나무 숲으로 떠났다.
은행나무 숲 인근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천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올법한 그런 모습이다.
티비에서 연신 이야기를 해줘서일까,
평일임에도 강원도 두메산골의 왕복 2차선 도로가 꽉 막혀있다.
꽤 넓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다.
입구에서 꽤 먼곳 도로가에 주차를 하고 숲으로 간다.
클래식해 보이는 은행나무 숲 이정표를 지나자
닭꼬치를 비롯해 국수며 핫바며 옥수수며 다양한 간식을 팔고 있다.
개인 사유지라서 변변한 식당도 없을까봐 식사를 하고 왔는데,
무언가 후회가 남는다.
식당가를 지나 다리를 건너 5분남짓 걸었을까,
노란 은행나무 숲이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모두들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찍어도 저렇게 찍어도
노란 바탕이 깔린 배경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다.
우리도 질세라 열심히 사진을 남겨본다.
평일이지만 여기저기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주차장에 서 있던 차만 족히 몇백이었으니 당연히 많겠지.
후에 알았지만 산악회에서 오는 관광버스도 많고
일일투어상품도 꽤 많다고 한다.
관계 없는 마음으로 가꾼 숲이지만
남편분께서 입장료를 받는다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한국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향처럼 일본인도 있었고ㅋㅋㅋ
머리 색깔이 다른 외국인도 많이 보였으며
단풍이 없을 법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기도 했다.
이 숲이 조성된 이유만큼이나
여기저기에서 낭만이 넘쳐났다.
노란 은행나무에 질려 갈 무렵
적은 수지만 붉은 단풍나무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랑 사이에 빨강이 숨어있어서 그런지
그 빨강이 더 예쁘게만 보인다.
통나무 집과 운치있는 2인용 그네도 있었다.
통나무 집은 출입을 할 수 없고
2인용 그네는 관광객들의 차지지만
이 관광객들이 다 빠지고 나면
주인내외분께서 분위기 있게 숲을 거닐다 그네도 타고
하루는 통나무 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오손도손 담소도 나눌 모습을 생각하니
괜시리 질투가 난다.
우리도 그렇게 행복하게 늙어가면 좋겠다.
은행나무 숲은 생각만큼 넓지는 않다.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롭게 다녀도 두시간이면 충분 한 것 같다.
숲 내부에는 식당이나 카페도 없으니
앉아서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도 없다.
돗자리를 챙겨서 은행나무 아래 앉아
여유롭게 과일과 차를 마신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아!!
이곳엔는 은행나무가 대부분 수나무이기 때문에
고약한 은행냄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오는 길에 멍멍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주인을 잃은 개라고 한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듯 슬퍼보인다.
강아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향과 나는
슬픈 눈을 한 강아지를 뒤로하고 걸어나오기가 무척이나 아쉬웠다.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이 강아지가 새 주인과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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